재발 위험 높은 환자만 방사선 치료
겪지 않아도 될 합병증 고통 줄여
수술 때 인공항문 필요한 환자 위해
'문합부 누출 위험 계산기' 만들어
후세는 앞선 세대의 성취를 자양분 삼아 성장한다. 후세는 기존 지식을 변주하고, 활동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낸다. 오늘도 많은 젊은 의사들은 자신의 길을 탐색하며 치열하게 의료 현장을 누비고 있다. 메디시티 대구의 찬란한 미래를 책임질 이들이다. 이번 주부터 시작하는 '메디컬 퓨처스'(Medical Futures)는 대구 의료의 미래를 밝힐 젊은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김혜진(39) 칠곡경북대병원 대장암센터 교수는 대장암 수술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는 젊은 연구자다. 전임의 생활을 시작한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그가 기록한 학술대회 수상 경력만 10회에 이른다. 김 교수가 주목받은 건 500여 례에 이르는 수술 건수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이다. 수술 환자의 재발률을 낮추고, 수술 후 합병증으로 받는 고통을 줄이는데 집중한다. 특히 올해는 형광물질을 이용해 종양 부위의 절제 범위를 가늠하는 연구 성과가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달에만 두 차례 학술대회 발표가 예정돼 있고, 다음 달에는 영국대장항문학회 학술대회에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전공의 시절부터 지금까지 야간 당직을 벗어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제 자랑인데요. 휴대전화를 진동모드로 해놓고 잠들어도 전화만 오면 금방 깨요. 제가 유일하게 자랑하는게 콜을 잘 받는다는 거예요. 하하."
◆대장암 수술 환자의 삶의 질 높이는데 집중
직장암 수술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골반의 림프절 절제다. 골반 자체가 좁은데다 신경이 집중돼 있고 출혈도 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덜 잘라낸 부위는 재발의 원인이 된다. 김 교수는 형광 물질을 종양 부위에 주입해 절제할 림프절 범위를 확인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형광물질을 주입하면 종양 부위가 초록색으로 빛나요. 그러면 얼마나 덜 잘라냈는지, 반드시 절제해야할 부위를 놓치진 않았는지 알 수 있어요."
직장암 수술 환자의 방사선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기존 치료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는 환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직장암 환자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화학요법으로 종양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한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장염이나 직장염, 피부궤양 등 합병증으로 고통을 겪는다. 김 교수는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만 방사선 치료를 하도록 기준을 제시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직장암 환자의 20%는 항암화학요법만 받아도 재발률이나 생존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김 교수는 직장암 수술 과정에서 인공항문을 만들 필요가 있는 환자를 도출하는 '문합부 누출 위험 계산기'도 만들었다. 문합부 누출을 막으려 인공항문을 낸 환자들이 정신적'신체적 충격을 받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서다.
◆골반 림프절 절제술 더욱 가다듬을 것
김 교수는 "대장암 분야는 하면 할수록 재미있다"고 했다. "대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좋아요. 대장암은 간이나 폐로 전이가 돼도 기회가 있어요." 올해는 그가 처음 수술을 집도했던 환자들이 5년 만에 완치 판정을 받고 떠나는 시점이다. "제가 처음 수술했던 환자 4, 5명이 완치 판정을 받고 다시 보지 말자며 인사하고 떠났어요. 그런 환자들을 만날때가 가장 좋습니다."
김 교수는 "무조건 서울로 향하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잘하는 의사를 찾아가는게 아니고 그저 대구보다 서울이 낫다며 떠나는 환자들이 있어요. 대장암 분야는 대구가 훨씬 시스템도 잘 돼 있고 수술적으로도 표준화가 빨리 됐는데 서울로 무조건 떠나는 환자를 보면 참 답답하죠."
김 교수는 앞으로 골반 림프절 절제술을 가다듬는데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또 직장암 치료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개선하는 점에도 집중할 생각이다. "직장암 치료가 너무 서양 중심이고 불필요한 치료가 많아요. 생존율도 좋지 않고요. 앞으로 그런 부분을 더욱 개선하고 싶어요."
사진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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