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현충일이 되면 경북 칠곡군 현대공원묘지에서는 의미 있는 추모행사가 열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탄압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대구 모 대학 캠퍼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김수경(1972~1990'당시 경화여고 3학년) 양을 추모하는 자리다.
6일 오전 김 양 묘역에 모인 지인과 전교조 교사 등 50여 명은 묵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참가자 발언, 헌화 순서로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김 양이 세상을 떠난 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려 올해로 27년째다. 한민정(45) 김수경열사추모사업회장은 "경화여고를 함께 다녔던 수경이는 학생회 대의원으로서 전교조 가입 교사 징계 반대 활동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빨갱이, 운동권'이라는 문제 학생으로 찍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1990년 6월 5일 한 교사로부터 건방지다는 이유로 폭행, 폭언을 당했고 그날 밤 모 대학 인문관 4층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 양은 당시 "전교조를 지지했던 것이 죄가 된다면 법정에서 떳떳이 죗값을 받고 싶습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김 양과 '새 벗'이라는 독서모임을 함께 했던 배종령(54) 씨는 "수경이 소식을 듣고 다음 날 해당 대학으로 달려가 남겨진 흔적을 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살아 있었다면 같이 나이 들었을 텐데 안타깝다"면서도 "수경이 덕분에 이렇게 해마다 모일 수 있다. 수경이의 뜻을 이어받아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전북 지역에서 교육운동가로 활동하는 이상호(66) 씨도 참석했다. 이 씨는 1980년대 해직 교사로 전북지역 고교생들과 시위를 일으키다 체포돼 징역 1년 4개월을 살았다. 그는 "전교조 운동이 이어질 때 청소년들이 함께 투쟁했던 과거는 주목받지 못했다"며 "이번 촛불집회에서 보듯 중'고교생의 참여는 역사를 바꾼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김 양의 정신을 되새기는 움직임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전교조 대구지부 손호만 지부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촛불시위는 김수경 열사와 같은 이들이 밑거름이 됐다"며 "학교 현장에는 여전히 학생 인권, 자치권 보장이 미흡하고 전교조 합법화라는 과제도 남아 있다. 앞으로도 참교육의 열정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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