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유산도시 안동] <2>종교 유산의 보편성과 세계유산

인간과 자연 '相生정신' 바탕…전통산사로서 완전성도 보여줘

한국의 전통 산사는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가미한 독특한 형식과 공간을 보여주고 있으며, 불교의 역사성과 전통 건축양식, 공간을 잘 보여주고 있어 종교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봉정사 극락전 모습. 안동시 제공
한국의 전통 산사는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가미한 독특한 형식과 공간을 보여주고 있으며, 불교의 역사성과 전통 건축양식, 공간을 잘 보여주고 있어 종교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봉정사 극락전 모습. 안동시 제공

한국의 전통 산사는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올 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제출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 7곳의 전통사찰은 이미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독창성과 보편성,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무난히 등재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인사 장경판전, 불국사와 석굴암 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것도 그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 있다. 2018년 7월에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면 우리나라는 또 하나의 자랑스러운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국가가 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려면 이른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창의성, 다른 문화권과의 상호 교류, 독보성, 경관의 빼어남, 자연자원의 효율적 이용, 역사상 중요한 사건과의 연계성' 등에 대한 가치가 그것이다. 여기에 재질이나 기법 등에서 원래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가(진정성), 유산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요소를 보유했는지(완전성), 법이나 행정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지(보호 및 관리체계)도 선정 기준이다. 한국의 전통 산사는 이런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이 세계적인 학자들의 견해다. '신앙적 기능, 수행자의 삶과 문화를 포함한 의례까지 고스란히 이어져 내려오는 살아있는 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자연'나'깨달음이 하나되는 보편적 가치와 탁월성 뛰어나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은 국내를 넘어 세계 숱한 문화유산과 경쟁해야 한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완전성 등 유네스코가 정해 놓은 등재 기준에 잘 맞도록 준비해야 한다.

종교는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신앙과 그와 관련된 행위를 의미한다. 그 때문에 종교는 인류 역사상, 지구 상 어디에든지 보편적으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세계유산협약의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이하 지침)에는 ▷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을 대표할 것 ▷인간적 가치와 중요한 교류를 반영할 것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에 관해 유일하거나 적어도 특출한 증거를 지닐 것 ▷인류 역사에 있어서 중요 단계를 보여주는 건축물, 건축적'기술적 총체 또는 경관이 탁월한 사례가 있을 것 ▷탁월한 보편적 중요성을 지닌 사건이나 살아있는 전통, 사상, 신념, 예술적'문학적 작품과 직접적'가시적 연관성을 지닐 것 등을 정해놓고 있다. 그 때문에 우리 불교 유산의 뛰어난 사례들이 이런 지침과 기준을 잘 반영하는지, 어떤 분야에서 보편적 가치를 지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한국의 산지 승원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장인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은 "한국의 산사 7곳은 모두 고대에 창건된 산지 사찰로, 인간과 자연의 상생정신을 바탕으로 산세 및 자연경관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한국 전통건축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까지도 유무형 문화유산의 전통이 계승되고 있는 자연과 나와 깨달음이 하나가 되는 곳으로 세계 유수의 종교 유산과 비교해 보편적 가치가 탁월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유산 이행 지침 기준 충족, 효과적 보존관리 전제 필요

지난 2015년 충남 마곡사에서 열렸던 '종교 유산의 세계유산적 가치'라는 주제의 학술대회에서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중국위원회 구오짠 부위원장은 "중국'한국'일본의 불교 유산 사례들은 세계유산 이행 운영지침의 '토지 이용에 관한 탁월한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며 "유네스코가 선호하는 지리적 위치, 지형과 식생환경을 얼마나 잘 이용하고 있는지, 사찰이 들어선 지역의 기후 조건이나 풍수 등을 고려한 입지 선정 등에 관한 원리를 얼마나 잘 담아내고 있는지를 한국의 불교 유산들은 잘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다른 종교 유산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문화유산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는 비록 그 가치가 인간의 자각'감정'인지에 의한 것일지라도 통상 유산의 역사적'과학적'심미적 가치를 의미한다"며 "하지만 이 세 가지 가치는 인간사회의 공통적 중요성과 보편적으로 존중되는 문화유산에 포함된 기본적 가치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파생되는 이차적인 가치들로 인해 새로운 국제적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때문에 한국의 산지 승원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려면 이 유산들이 지닌 고유의 독창성과 수준이 추상적인 일반화와 관찰에 근거한 비교분석을 통해 증명될 수 있어야 하고, 그 유산 고유의 특성은 세계유산 이행 지침이 제시하고 있는 가치를 잘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오짠 부위원장은 "한국의 불교 유산은 수준과 창조성에서 거의 모든 세계유산 이행 지침 기준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효과적인 보존관리와 특정한 수준의 완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앞으로 한국 불교 유산이 산지 승원의 형태와 디자인, 건축의 소재와 재료, 용도와 기능, 전통'기법'관리체계, 위치와 환경 등에 대한 진정성과 차별성에 대해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중요하다.

◆한국 전통 산지승원의 유산적 가치, 진정성과 완전성 보여줘

한국의 불교는 중국 등 몇 경로를 거쳐 4세기 무렵에 유입됐다. 고구려'백제'신라에서 왕실에 공인된 이후 고려 말까지 약 1천 년에 걸쳐 문화 융성의 중심에 있었다. 주로 왕실의 지원을 받아 세워진 불교사원은 동아시아의 불교 문화와 건축술이 교류하는 중요한 거점이 됐다.

삼국'고려 시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불교사원은 토착신앙을 반영하는 등 다른 나라와 차별화를 이뤘다. 특히 산악신앙과 습합하면서 불교사원은 명산에 건립, 입지 조건과 지형 지세에 맞도록 진입 형식과 가람 배치를 결정하면서 지금의 산중 사찰 모습을 갖추게 됐다. 특히 유교를 치국이념으로 한 조선 개국으로 더욱 불교사원은 산중, 가람 배치와 기능을 갖추면서 한국의 전통 산사 모습을 지금까지 이어져 오게 한다.

한국의 전통 산사는 우선 계곡을 따라 긴 진입로를 통과한 후 산속 깊은 곳에 나타나는 특징을 지녔다. 17, 18세기를 전후해 중심 법당 앞의 중정을 둘러싸고 전각들이 배치되는 형식으로 정착된다. 이는 한국 특유의 산사 형식을 지녔다. 7곳의 한국 산지 승원은 대부분 6, 7세기에 창건됐고 17, 18세기를 전후해 지금의 모습으로 중창된 가람 배치와 공간형식을 갖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 사찰들은 유형유산적 관점에서 '진정성'을, 기능과 형식에서 산사로서의 '완전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해 성균관대 명예교수(전 ICOMOS 한국위원회 위원장)는 "한국의 전통 산사는 특히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배치와 유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 조선 후기 한국 불교만이 가지는 사상과 신앙으로 수행'예배'생활 등 측면에서 지금까지 그 기능이 지속되고 있으며 다양한 기록유산과 무형유산, 불상, 불화, 불구 등을 보유하고 있어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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