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수능 개편 어떻게 볼 것인가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친 대구 수성구의 A고교는 지난달 초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1학년 영어시험 과정에서 서술형 답안을 OMR 카드에 작성하지 않은 18명 학생의 성적 처리를 놓고 학부모들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서술형 시험 문제지 및 답안지라고 표기되어 시험지에 답을 썼으니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쪽과 "객관식과 서술형 답안 모두를 OMR 카드에 작성하라고 알렸는데도 기록하지 않았다면 점수를 줘서는 안 된다"는 쪽이 맞섰다.

학교는 '실수'가 있는데다 양쪽 학부모의 주장이 워낙 거세 보름 가까이 갈피를 잡지 못했다. 소송으로 갈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몇 차례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OMR 카드가 아닌 시험지에 답을 쓴 학생에게 만점의 80%를 인정하는 것으로 '봉합'했다. 학교 현장의 치열한 내신 경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7월에 발표하는 수능 완전 절대평가 전환과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교육계와 학부모들 사이에는 '태풍의 눈'이다. 몰고 올 파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고교 1학년 학부모들이 학교 내신에 지극히 민감한 것도 다가올 대입 제도 개편과 관련이 있다.

수능 전 영역 절대평가는 한 문제 맞고 틀림에 따라 등급이 달라져 대입의 성패를 결정짓는 현재의 상대평가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수능의 등급 영향력을 완화해서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아울러 사교육의 개입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에서 출발했다. 수능 비중을 약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수능 절대평가는 '쉬운 수능'이 필요조건이다. 현재의 수능 난이도를 그냥 둔다면 절대평가 의미가 없다. 산술적으로 전체 응시자의 10% 정도는 1등급을 받아야 정책의 취지에 부합된다. 현재 1, 2등급을 합치는 수준이다. 내신 성취평가제는 학교 성적도 석차에 따라서 등급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획득한 점수를 절대평가 하는 것이다.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라 현재 중학교 3학년부터 두 가지 제도가 동시에 도입되면 어떻게 될까?

대학의 입장에서는 학생을 선발하는 데 있어 평가 요소가 없어진다. 수능과 내신에서 1등급 학생들이 양산될 것이 자명하다. 최근 수능을 기준으로 전 과목에서 1등급(90점 이상)이 1만5천 명 안팎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평가보다 8~13배나 많은 수치다. 올 1등급을 받고도 'SKY 대학'을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상위권 대학은 변별력이 사라진 정시모집 유지가 어렵게 된다. 정시를 패자부활전의 기회로 삼기에도 한계가 따른다.

결국 대학은 독자적인 대학별 고사를 도입하거나 면접 비중을 강화하는 전형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일부 대학은 2018학년도부터 면접 비중을 50%까지 늘리거나 면접형 학생부종합전형을 신설해 2021학년도에 '대비'하는 발 빠름을 보인다.

또 절대평가로 전환돼서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려면 수능 전 과목 1등급과 내신 1등급이 새로운 '수능 최저조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자사고나 특목고서 내신 3, 4등급 학생도 수능으로 극복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내신이 족쇄처럼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수능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변별 요소는 결국 학생부가 될 것이고, 그 속에서 내신 영향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재수, 삼수를 해서 수능 만점을 받아도 최상위권 대학에선 내신이 나쁘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번 수능 제도 개편은 2015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중3에게 맞춰져 있다. 어쩌면 현재 고교 1학년은 변경된 입시의 희생양이 되는 불행한 세대가 된다. 재수를 하게 되면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내신 꼬리표를 달게 된다. 하향 지원을 해서라도 해당 연도 대입에 성공하려는 무거운 중압감도 함께 가진다.

정책은 수요자의 기대와 호응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다가올 대입 개편에 모든 학부모들이 불안에 휩싸여 있다. 또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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