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지(가명'8)에게 바깥나들이는 꿈 같은 얘기다. 난치성 희귀질환인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은지는 오랜 시간 걸을 수 없고, 작은 충격에도 종아리뼈가 부러지고 만다. 엄마 김정미(가명'37) 씨는 "체육 시간에 은지는 선생님 옆에 앉아 친구들이 운동하는 걸 구경한다"며 "초등학교 입학 후 첫 봄소풍을 갔는데, 학교 측에서 '다음부터는 집에서 쉬었으면 좋겠다'고 권했다"고 했다. 은지보다 한 살이 많은 오빠는 언제나 동생 곁에 머문다. 등'하교할 때나 방과 후 수업이 있으면 항상 은지 손을 잡고 교실에 데려다 준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은지를 위해 합창단도 함께 다닌다. 어린 오빠의 장래희망은 약사다. 은지를 돌봐주기 위해서다. "둘이 열심히 공부해 받은 장학금을 모아서 건물을 지을 거래요. 1층에는 약국을 하고 2층에는 가족 모두와 살고 싶다네요."
◆수술 어려운 다리는 계속 나빠지기만
은지는 또래보다 걸음이 느렸다. 걸을 때도 유독 힘들어했다. 양쪽 다리 길이가 다른 탓이었다. 은지는 세 살 때부터 재활치료용 깔창을 사용하며 통원 치료를 받았지만, 좀처럼 낫지 않았다. 은지가 네 살이 되던 해에는 왼쪽 다리에 커다랗고 시퍼런 멍이 생겼고, 한 달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피부와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인 신경섬유종증이었다. 게다가 은지의 양쪽 종아리뼈 안에는 종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은지의 다리는 벌써 두 번이나 부러졌다. 소파에 살짝 부딪치거나 바닥에 넘어져도 다리뼈가 버티지 못하고 골절됐다. 그럴 때마다 은지는 두 달여간 깁스를 하고 꼼짝없이 누워 지내야 했다. 정미 씨는 "은지의 뼈 나이가 네 살 아이 수준인데다 종양 때문에 약해져서 골절 위험이 굉장히 높다"면서 "등이나 엉덩이에 큰 반점이 여러 개 생겼는데 행여나 혹까지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은지의 종아리뼈는 종양 제거 수술을 견딜 만큼 건강하지 못하다. 은지가 온전히 성장할 때까지 수술을 미룰 수밖에 없다. 가끔 은지는 밤에 심한 종아리 통증을 겪기도 한다. "은지가 앞으로 얼마나 심각한 상태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대요. 그저 병의 진행 정도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요. 청소년기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면 수명이 짧아질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빚더미 오른 가정, 수술비 걱정에 시름
은지네 가족은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미 씨와 남편은 택배업체를 운영하다 빚더미에 앉았다. 6년 전 5천만원을 빌려 인수한 택배업체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정미 씨는 "은지가 아픈 걸 알게 된 후부터 사업도 내리막길을 탔다. 택배 물량이 줄고 기사들이 사고를 내기도 했다"면서 "회사를 살리려다 빚이 5억원으로 늘었고 우리 능력으로는 갚기 힘든 규모가 됐다"고 푸념했다.
은지네 가족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택배업체에서 올린 수입은 양육비 150만~200만원을 제외하고 모두 압류당해 빚을 갚는 데 쓰인다. 이런 식으로 적어도 10년은 갚아야 빚더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미 씨는 "네 식구가 매달 200만원으로 살아야 하는데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은지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려고 매년 서너 차례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점도 큰 부담이다. 종아리 상태가 더 나빠지면 종양을 제거하고 뼈를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까 봐 제일 겁나요. 은지는 아파도 항상 웃는 긍정적인 아이거든요. 그런데 수술을 받게 되면 통증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까 봐 너무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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