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날 좀 봐" 청소년들 SNS서 일탈 공유

곡예운전·사제폭탄 실험… 튀는 행동으로 관심 끌기…모방범죄 대량 확산 우려

과격하고 과시적 행위를 노출하는 청소년 문화가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청소년 일탈 및 모방 범죄 확산, 안전사고 유발 창구로 전락하고 있다. 사진과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데다 최근에는 실시간 중계 기능까지 탑재되면서 청소년들은 SNS를 통해 일탈을 무분별하게 드러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11시 50분쯤 대구 동구 동호동 한 도로에서 친구 사이인 고등학생 A(15) 군과 B(15) 군이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곡예운전을 하다 뒤에서 오던 자동차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둘 다 중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B군은 최근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뒷좌석에 타고 있던 B군은 인기 SNS인 페이스북으로 친구들에게 자신들의 오토바이 주행을 생중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또래집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SNS로 쏟아낸다고 지적한다. 대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강근모 상담지원팀장은 "사회적 자아존중감이 낮은 청소년들이 SNS에서 '튀는 행동'으로 주목받으며 자존감을 채우려 한다"며 "청소년들이 관련 상담'교육'치료를 받고, 무엇보다도 가족과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는 경험을 쌓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소년들의 이런 행동 배경에는 분노 표출도 한 이유로 꼽힌다. 이모(16) 군은 2015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중학교 3학년 교실에 침입, 부탄가스 2개를 엮어 만든 사제 폭탄을 터뜨렸다. 당시 이 군은 SNS에 폭탄 설치 장면을 게재하고 폭발 직후 학생들이 대피하는 모습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이 학교에 다니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이 군은 경찰 조사에서 "소심한 나를 받아주지 않는 학교 친구들이 미워서 그랬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미 미국은 청소년 SNS 일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4월 미국 시카고에서는 10대 2명이 또래 여고생을 집단 성폭행하며 이를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지난해 11월 미국 오하이오에서는 15세 소년이 권총과 소총을 한 자루씩 양손에 들고 창문 밖으로 난사하는 장면을 페이스북으로 내보냈다.

청소년들의 SNS 일탈은 스마트폰 중독이 확산 기반이다. 스마트폰이 일탈 장면을 촬영하고 SNS에 올리는 도구인 것은 물론 일탈 장면이 대량 확산되는 경로라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3, 4월 전국 청소년 141만3천725명을 조사했더니 14.3%(20만2436명)가 스마트폰 과의존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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