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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잘 살고 있어요] 우즈베키스탄서 온 오후노바 페루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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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밥 먹으라 아버지의 마지막 당부들 시집오던 그날, 생각나시나요

오후노바 페루자 씨는 편지를 쓰는 내내 눈물을 쏟았다. 지난해 아버지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지만 타국에서 챙길 수 없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강민호 기자
오후노바 페루자 씨는 편지를 쓰는 내내 눈물을 쏟았다. 지난해 아버지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지만 타국에서 챙길 수 없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강민호 기자

'엄마! 저 잘살고 있어요' 코너에서는 한국 이주 여성들이 고국에 계신 어머니에게 쓰는 편지를 소개합니다. 다문화가정의 애환과 한국에 정착해서 잘살고 있는 이주 여성들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딸이 엄마에게 전하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여다볼까요?

//아버지 안녕하세요?

편지로 놀라게(Surprise) 해 드리고 싶었어요.

요즘 영상통화나 인터넷으로 아버지 얼굴도 보고 이야기도 나눴지만 편지를 쓰다 보니 마음속에 남아 있는 말이 엄청 많네요.

아버지랑 어머니가 우리 8남매를 낳아주시고 잘 키워주신 거 너무 감사해요.

엄마가 많이 아플 때 아버지는 8남매를 혼자서 보살폈지요?

밥이며 빨래며 집안일도 바쁜데 병원에 계신 어머니 밥도 손수 챙기셨지요.

엄마가 일찍 하늘나라로 가신 후에도 우리 8남매를 아무 문제없이 키워주시느라 너무 고생하셨어요.

한국으로 시집오기 전에 아버지는 제게 "시어머니랑 같이 살면 살림은 어머니 말씀을 따르고 밥은 꼭 같이 먹으라"고 하셨죠?

아버지 말씀대로 해서 시집온 후에도 잘살고 있어요. 아버지 좋은 말씀 감사해요.

저도 예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됐어요.

지금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신데 옆에 있지 못하고 도와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

동생들이 항상 아버지 곁에 있어 감사하지만 또 미안해요.

아버지 이른 시일 내 또 만날 수 있겠죠? 곧 만나요.

아버지를 사랑하는 딸 페루자와 손녀딸 우미다. //

어릴 적 금슬 좋은 부모님 덕에

빨리 가정 이뤄야겠다 생각했죠

노쇠하신 아버지 모습 보면 슬퍼

그리운 마음 담아 편지 띄웁니다

오후노바 페루자(39) 씨는 아버지께 편지를 쓰던 중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고향 우즈베키스탄에 계신 아버지 생각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문장을 한 번도 고치지 않고 2장의 편지를 쭉 써내려갔다. 오후노바 씨는 그가 한국으로 시집오던 날 당부했던 아버지의 말씀을 항상 되새기고 있다.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절대 말씀을 거스르지 마라. 여자 둘이 한집에서 살림하면 의견이 나뉘게 되는데 그때는 한국 생활에 더 밝은 어머니 말씀을 들어라. 너도 앞으로 한국 사람이 될 텐데 가족에게서 배우고 익히는 것이 좋다." 오후노바 씨는 한국 생활 1일 차부터 철저히 아버지 말씀을 따랐다. 예쁨 받는 며느리이자 아내이지만 한국 생활이 항상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이방인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강했다. 오후노바 씨는 16세 때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었지만 여전히 금슬 좋은 부모님의 모습이 선하다. 부모님은 항상 화목한 모습만 보여줬기 때문에 그도 어릴 때부터 빨리 가정을 이뤄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머니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열심히 병 수발을 들던 아버지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아버지는 직장에 있다가도 어머니가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와 병원에 동행했다. 빨래며 설거지 같은 집안일은 아버지가 도맡았다.

오후노바 씨는 지난해부터 아버지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올해 80세가 된 아버지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아버지 간병은 동생들이 맡고 있다. 가족의 간호를 받고 있지만 타국에서 아버지의 상태를 알 수 없어 오후노바 씨의 마음은 편치 않다. 재작년 고국을 찾았을 때 본 아버지 모습은 노쇠했다. 어머니 병 수발을 들던 아버지가 병들어 누워계신 모습을 봤을 때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오후노바 씨는 그리움과 미안한 마음을 담아 아버지에게 편지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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