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쯤 취재차 부산을 방문했을 때다. 기차에서 내려 부산역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공사장 담장에 걸린 '대한민국 의료관광도시 부산'이라는 현수막에 눈길이 꽂혔다. 당시 메디시티는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있는 대구와 오송 정도만 알던 기자에게 다른 도시가 의료관광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은 좀 놀라웠다. 사실은 부산이 대구보다 훨씬 좋은 의료관광 환경을 갖췄음을 안 건 그로부터 얼마지 않아서지만.
지난해 대구를 찾은 외국인 환자 수가 2만 명을 기록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년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 조사'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2만1천100명의 외국인이 대구를 방문했다. 부산, 인천을 제치고 비수도권 지자체 최초로 해외환자 2만 명 시대를 연 것이다. '메디시티 대구'의 꿈이 결실을 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의료관광도시 대구 앞에 놓인 숙제는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국내 타 지자체와의 경쟁이다. 대전의 성장세가 매섭다. 대전은 2009년 의료관광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외국인 환자 1만897명이 다녀가면서 첫 1만 명을 넘었다. 전년보다 34.6% 늘었다. 이곳 역시 중국인 단체 의료관광객이 줄었지만, 대전시는 건양대병원 등 의료기관과 중국 현지를 방문해 개별여행 의료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광주시는 올해 의료관광객 5천여 명 유치를 목표로 각종 지원책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광주시는 광주지역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외국인 환자가 1박 이상 숙박하고 20만원 이상의 진료비를 쓸 때 유치한 의료기관 등에 1인당 최대 10만원을 지급한다고 한다.
부산, 인천은 어떨까. 이번 복지부 조사에서 각각 1만7천여 명과 1만3천여 명을 기록한 양 도시 역시 외국인 환자 유치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인천은 2014년 1만7천여 명까지 늘었던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 인근의 지리적 조건과 대도시 대비 저렴한 치료 비용 등은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최근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청라국제도시에 의료복합타운 조성 추진 계획을 밝혀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부산시는 의료 및 관광체험 전시회인 '부산국제의료관광컨벤션'을 작년까지 8회째 이어오고 있다. 김해공항과 항구가 있고 다양한 병원들을 갖춘 부산은 대구의 가장 강력한 의료관광 경쟁도시라 할 만하다.
사실 '지방도시'끼리 경쟁은 도토리 키재기다. 국내 여타 분야처럼 의료 관광도 수도권 편중이 심하다. 이번 복지부 발표에 지난해 전체 외국인 환자(36만4천 명)중 서울과 경기의 비율은 각각 60%와 15%를 차지했다. 서울 강남구 홀로 의료관광객 7만6천여 명을 유치했다. 전체의 21%다. 대구는 5.8%, 부산은 4.8%에 불과하다. 앞으로 대구는 왜 수도권이 아닌 대구로 와야 하는지 외국인 환자에게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별 의료관광객 다변화는 이미 숙제로 던져져 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한한령(限韓令)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인 의료관광객은 씨가 말랐다. 대구시는 애초 올해 2만5천 명 외국인 환자 유치를 목표로 세웠지만,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구시는 현재 의료관광의 고부가가치시장으로 떠오르는 러시아, 카자흐스탄과 베트남 등지로 유치 노력을 선회하고 있지만, 타 지자체가 두 손 놓고 구경할 리 만무하다. 인천 경우 1인당 평균 의료지출액이 높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신흥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한다.
앞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제부터는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일 못지않게 외국인 환자들의 만족도를 확인하고, 국가별로 환자를 관리하고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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