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정위가 부러뜨린 '치킨값 콧대'…치킨업계들 "가격 인상 철회"

BBQ 30개 제품가 원래대로, 업계 1위 교촌 "광고비 절감", 호식이두마리도 한시적 할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행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던 치킨업체가 소비자 반발과 공정거래위 조사 압박에 못 이겨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서민 물가 안정을 이유로 '착한 가격 인하'에 나선 업체도 있어 치킨 가격은 한동안 안정될 전망이다.

◆공정위 'BBQ 가맹점 수익 걷기' 조사

16일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BBQ치킨은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최근 올린 30개 치킨 제품 가격을 모두 원래 가격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BBQ는 AI 사태로 식탁 물가 인상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한 달 새 두 번이나 가격을 인상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 초 '황금올리브치킨'(1만6천원→1만8천원) 등 총 10가지 주요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고, 한 달 만인 지난 5일에도 나머지 20여 개 품목 가격을 추가 인상해 '기습 인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BBQ는 1차 가격 인상 직후인 지난달 중순쯤 전국 가맹점에 공문을 보내 '광고비 분담을 위해 1마리를 판매할 때마다 500원씩 걷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가맹점들은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 일부를 본사가 가져가는 데 대해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BBQ는 이런 결정이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마케팅위원회의 자발적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BBQ는 2005년에도 가격을 올리고 같은 방식으로 가맹점으로부터 판촉비를 걷어 물의를 빚었다.

이에 대해 같은 날 오전 김상조호(號) 공정거래위원회는 BBQ치킨에 대해 가맹점으로부터 판매 수익의 일정 부분을 거둬가기로 한 과정에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가 없는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본사에서 부담해야 할 광고비를 부당하게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긴 게 아닌지를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교촌'BHC '가격 인상 철회', 호식이 '가맹점 손해보전'

업계 1, 2위인 교촌과 BHC도 BBQ에 대한 조사 착수 소식이 알려지자 각각 가격 인상 철회 및 가격 인하 계획을 밝혔다.

업계 1위 교촌치킨은 이달 말로 예정했던 치킨 가격 인상 계획을 이날 전격 철회했다. 교촌은 당초 인건비, 임차료 등 가맹점 운영비 상승을 이유로 이달 말 모든 치킨 제품 가격을 평균 6~7% 올릴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2주 만에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가격 인상 보류가 아닌 철회"라며 "당분간 올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촌은 또 올 하반기 계획된 광고 비용의 30%를 줄이고 내년에도 기존 연간 광고비에서 30~50%까지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가맹점에 부담되는 부대비용도 면밀히 분석해 본사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가맹점 상생 정책도 강화할 계획이다.

교촌에 이어 매출 2위인 BHC도 이달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한 달간 대표 메뉴인 '뿌링클' '후라이드' '간장골드' 한 마리 메뉴를 1천~1천500원씩 할인 판매한다. 가격 할인에 따른 가맹점 손실은 본사가 전액 부담한다. AI 피해가 커지거나 장기화할 경우 할인 시기를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회장의 성추문으로 물의를 빚었던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소비자의 불매운동에 따라 매출 감소 피해를 겪는 가맹점을 돕고자 한시적 가격 할인에 나섰다.

16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두 마리 세트 메뉴는 2천원, 한 마리 및 부위별 단품 메뉴는 각각 1천원씩 할인한다.

이 기간 가맹점에 공급되는 육계는 한 마리당 500원, 순살 등 기타 계육 제품은 1㎏당 1천원 할인해 공급한다. 이에 따른 가맹점의 손해는 가맹 본사가 전액 부담한다는 방침이다.

◆치킨 값, 한동안 안정세 유지 전망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치킨 업계의 제품 가격은 한동안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의 압박 내지는 서민 경제 위축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앞서 대한양계협회는 AI 발생으로 초복 대목을 앞두고 닭고기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데도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가격을 올려 소비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며 마리당 2만원이 넘는 '비싼 치킨'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BBQ의 가맹사업법 위반을 조사하기 시작한 공정위의 김상조 신임 위원장도 "약자와 중소기업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착한 할인'에 나선 중견 치킨업체 또봉이통닭이 소비자의 호응을 받은 것도 가격 인하 행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봉이통닭은 서민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취지로 20일부터 한 달간 전국 모든 가맹점의 치킨 메뉴 가격을 평균 5%, 최대 10% 인하한다고 14일 밝혔다. 기존 1마리 가격도 1만원 중반 수준이던 또봉이통닭이 판매가를 더욱 낮추자 소비자들은 '개념 업체'라며 이를 응원한다는 반응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그간 비용 인하 요인에 눈감은 채 서민 부담만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가맹 본사의 쇄신 등 자구책을 통해 얼마든지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도 가맹점이나 소비자들에게 전가해오다가 뒤늦게 가격 안정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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