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주권재민(主權在民) 멀고도 험한 길

지금 군위는 공항 유치 반대추진위원회가 주민소환제를 청구하고 서명을 받고 있다.

주민소환제도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위법'부당행위 직권남용이나 행정처분, 결정 등에서 주민 직접 참여의 의미가 있으나, 청구 사유에 제한이 없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청구 사유에 대한 심의제도도 갖고 있지 않다. 옳고 그름은 주민투표에 부쳐져 주민이 판단한다는 의미만 갖고 있다.

이 제도의 또 다른 맹점은 피청구인이 방어권이 없다는 점이다. 청구인의 청구 사유가 그대로 인정되어 주민투표에 부쳐지는 것으로 일견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으로 보일 수 있으나 지역이기주의나 정략적인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고, 이 경우 주권재민의 남발이 될 수도 있다. 주민소환제도는 청구 사유를 요건주의로 명시하고,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인정해야 형평성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본다. 특히 청구 요건 미달이나 부결 시 비용 부담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남발을 방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공항 유치 의사 표명이 주민소환제 청구의 사유라면 대구시 주변의 모든 지자체장은 주민소환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넓은 낙동강이 있으니 성주로, KTX역이 있으니 김천으로, 이미 확보된 국방부 토지가 있으니 상주로, 넓은 안계평야가 있으니 의성으로, 상공회의소와 청년회의소가 주장하니 영천으로-막판에 모든 지자체장이 대구시와 국방부에 짝사랑 구애를 했으니 경북은 주민소환제의 온상이 되어야 할 일이다.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측은 주민설명회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행정법상 주민설명회는 도시'개발계획이 입안되었을 때의 절차이다. 통합공항의 입안권자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이므로 굳이 한다면 대구시가 되어야 할 것이며 입안된 상태가 아니다.

또 주민 소통 없는 일방적 독단이라고 한다. 행정자치부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인구 감소로 인한 지자체 공동화 추세를 분석한 결과 군위군의 소멸위험도는 전국 3위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이 사라질 리 없겠지만 사람은 사라지고 공허한 자연만 남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군위군의 경제지표나 환경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지자체의 장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공항 유치에 대한 강력한 의사표시를 했다고 이를 독단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대구 주변 연접 지자체는 사실상 군위와 잠재적 경쟁 관계에 있다. 군위의 장점을 설명하고 유치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지자체의 장이 해야 하는 포괄적 의무이기도 하다. 유치 의사를 지금까지 표명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무능과 소신 없음뿐만 아니라 군위의 미래를 예지하지 못하는 무사안일의 표상으로 비판받아야 할 일일 것이다. 서명부 요건을 갖추고 주민소환제가 청구인의 의사대로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공항 반대는 성공할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전부지선정위원회가 열리고 우보든 소보든 결정될 경우 법적 절차에 따라 주민투표에 부쳐질 것이다. 주민소환을 할 것이 아니라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하면 된다. 그때 마음껏 반대하면 된다.

설령 군수가 없더라도 군수 직무대행은 존재할 것이며 주민 찬성의 경우 지체 없이 유치 신청 절차를 이행할 것이다. 주민의 의사를 투표로 결정하고, 결정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지금 하는 식이라면 군위는 공항 유치를 두고 주민소환제 투표, 공항 찬반 주민투표 등 두 번의 투표를 하는 셈이다. 재정자립도 5.6%의 군위가 투표 비용을 모두 부담하면서 국내 최다의 투표장이 될 것이다.

이것이 주민 직접 참여의 원대한 뜻보다 주권재민의 남발로 보이는 이유다. 이런 행정상 절차를 알면서도 주민소환을 청구했다면 지역이기주의나 정략적 목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다수가 침묵 속에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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