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정인 특보, 학자로 남고 싶으면 당장 사퇴하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19일 논란을 빚은 '한미 전략자산 축소' 등 '워싱턴 발언'에 대해 "(자신은) 대통령의 조언자일 뿐, 조언을 들을지 말지는 문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이는 문제의 발언이 대통령 특보 자격으로 한 것임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교수로서의 생각일 뿐, 문재인정부의 생각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지만 '대통령의 조언자'라는 발언은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렵게 한다.

그의 발언이 주목을 끈 것은 그가 단순히 학자가 아니라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발언에 한국과 미국의 조야(朝野)가 그렇게 관심을 갖지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수로서의 생각일 뿐"이란 발언이나 "학자적 견해를 전제로 한 것"이란 지난 16일 발언 모두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그렇게 학자로서의 견해만 밝히고 싶다면 당장 특보를 그만두고 학계로 돌아가면 된다.

청와대는 문 특보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자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엄중 경고했다. 특히 문 특보가 미국에 가기 전 문재인 대통령과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았으며 그의 발언은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문 특보의 '교수로서의 생각'이라는 발언과 같은 맥락이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엄중 경고'는 문 특보와의 협의하에 나온 '면피용'이란 의심을 갖게 한다. '안보 불안'이란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말로만 '엄중 경고'일 뿐이라는 얘기다.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이런 의심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특보에게 경고했다면서도 그의 발언이 문 대통령의 생각과 다른지에 대해서는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문 특보의 생각이 같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문 특보의 워싱턴 발언은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밝혀온 생각과 거의 같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과 문 특보는 방미에 앞서 사전 조율할 필요도 없었다. 청와대는 이런 식으로 국민의 눈을 흐려서는 안 된다. 어떤 대북정책을 펼지 공개하고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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