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은 어느 해보다 풍성했다. 최소한 호국 보훈에 관해서만은 말이다. 날이 새면 귀가 솔깃할 호국 보훈 이야기들이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나라 지도자들로부터 흘러나왔다. 6월 들어 시작된 호국 보훈을 강조한 말 잇기의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이 열었다.
문 대통령은 6일 현충일을 맞아 국립현충원 추념식에서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유는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었을 것 같다. 특히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고 믿은 결과이리라.
이어 대통령은 같은 날 중앙보훈병원을 찾아 국가유공자와 상이 군경을 위로하며 "보훈만큼은 국가가 도리를 다해야겠다"며 국가 도리를 강조했다. 그동안 국가의 도리가 미흡했다는 말과도 같다. 따라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는 뜻을 드러냈음 직하다. 그리고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보훈 가족 초청 청와대 오찬에서는 한발 더 나갔다.
대통령은 "제대로 된 보훈이야말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강한 국가로 나아가는 길"이라고까지 했다. 또한 "국민의 애국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치켜세웠다. 특히 이날 대통령은 허리를 깊이 숙여 거수경례 유공자에게 답례해 보는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대통령의 보훈에 대한 두드러진 말과 행동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로 이어졌다. 이 총리는 26일 열린 '모범 국가보훈 대상자 정부 포상식'에서 "보훈은 강한 안보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기본적인 책무"라며 "유공자 여러분이 합당한 보상과 예우를 받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보답해 나가겠다"며 실무 차원의 약속도 했다.
문재인정부가 5월 출범하고 공교롭게도 곧바로 호국 보훈의 달인 6월을 맞은 탓도 있겠지만, 호국 보훈에 관한 한 역대 정부와는 차별되는 모습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통령과 그를 도와 정부 부처 행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가 손발을 맞추며 호국 보훈에 대한 풍성한 말을 쏟고 의미를 부여하니 호국 보훈 가족들로서는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그러나 현실을 되돌아 보자. 과연 이 같은 숱한 장밋빛 이야기들이 제대로 실현될까. 필자로서는 "글쎄요"다. 무엇보다 먼저 국가가 보살펴야 할 보훈의 대상자가 한둘이 아니어서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5월 현재 18가지 분야의 보훈 대상자는 85만2천529명이다. 이들에게는 보훈급여금을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이들의 다양한 분포도 한몫한다. 전체 보훈 대상의 세부 분야는 현재 41개에 이른다. 이처럼 보훈 대상 유공자가 여러 갈래인 탓에 이들 모두에게 대통령과 총리가 약속한 것처럼 정부가 '합당한 보상과 예우를 받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보답'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재정도 걱정이다. 그동안 앞선 정부들이 '국가 도리'를 하지 않았거나 못한 것은 국가재정의 뒷받침이 안돼서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오찬에서 밝힌 "애국'정의'원칙'정직이 보상인 나라를 위해 대통령과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면" 된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고 쓸모없거나 쓸데 없는 국민은 없다.
특히 호국 보훈 분야는 더욱 그렇다. 명실상부하게 보상 예우는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면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그리고 우선순위의 맨 앞쪽은 독립유공자이다. 나라 수호의 의무를 지닌 공직도 없고, 최소한의 인권도, 어떤 보호막도 없는 망국민(亡國民)으로서 나라 되찾기에 나서 '3대가 망하고' 가족조차 붕괴되는 일도 감수하며 목숨마저 버렸으니 말이다.
현재 생존 독립유공자는 59명, 순국선열'애국지사 유족이 7천45명이다. 우선 이들부터 잘 보살피자. 이는 국가 도리이고 나라다운 나라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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