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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문의 한시 산책] 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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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승려시인 가도
당나라 승려시인 가도

검객(劍客) 가도

십 년 동안이나 단 하나의 칼을 갈아 十年磨一劍(십년마일검)

서릿발 이는 칼날 아직도 못 써 봤네 霜刃未曾試(상인미증시)

오늘에야 칼을 들고 세상으로 나가나니 今日把示君(금일파시군)

억울한 일 당한 사람 모두 다 내게 오라 誰有不平事(수유불평사)

아득한 옛날 당나라 때다. 승려시인 가도(賈島'779~843)가 터벅터벅 당나귀를 타고 장안 거리를 지나가고 있는데 불현듯이 시상이 떠올랐다. '새는 연못가의 나무에서 잠을 자고(鳥宿池邊樹)/ 스님은 달빛 아래 문을 밀고 들어가네(僧推月下門).' 그런데 바로 그다음 순간, 달빛 아래에서 문을 '민다[퇴(推)]'고 하는 것보다는 '두드린다[고(敲)]'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번쩍 스쳐갔다. 그는 당나귀 등에 올라탄 채 손으로 미는 시늉과 두드리는 시늉을 번갈아 하면서 골똘하게 생각에 잠겼다가, 문단의 거장 경조윤(京兆尹) 한유(韓愈'768~824)의 수레와 딱 마주쳤다. 한유 앞에 끌려나간 그가 수레를 범하게 된 연유를 말하자 한참 동안 생각하던 한유가 이렇게 말했다. "역시 미는 것보다는 두드리는 것이 더 좋겠군." '일단 완성한 시문을 계속하여 가다듬는 것'을 뜻하는 저 유명한 '퇴고'(推敲)라는 고사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이다.

퇴고 고사의 주인공답게 가도는 좋은 시 한 편을 쓰려고 이판사판으로 매달렸던 시인이다. 무엇보다도 '삼 년 만에 두 구절의 시를 지어(二句三年得)/ 한번 읊조리니 두 줄기 눈물 왈칵(一吟雙淚流)'이라는 그의 시구가 이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도의 이와 같은 면모는 '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 목적 달성을 위해 오랫동안 각고의 준비를 함)이라는 고사성어의 출처로도 유명한 '검객'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보다시피 작품 속의 화자는 단 하나의 칼을 10년 동안이나 혼신을 다해서 갈고 또 간다. 남모르게 가는 칼이기 때문에, 그가 이렇게 칼을 가는 것을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이제 충분히 갈 만큼 갈아 칼에서 서릿발이 시퍼렇게 일어난다. 이 칼을 들고 세상에 나가 백성을 도탄에 빠뜨린 온갖 적폐세력들을 아주 깔끔하게 청산하고 싶다. 억울하고도 원통한 일 당한 사람들은 모두 다 나에게로 오라. 정의의 칼을 속이 시원하도록 휘둘러 주마. 적폐세력들아, 너희는 모두 이 칼을 받아라! 스무 자에 불과한 짤막한 시에서 시퍼런 칼 빛이 번쩍 일어나고 우르르 쾅쾅 천둥이 친다.

서릿발 일어나는 긴 칼을 들고 세상에 나타난 검객이여! 당신이 바로 썩어빠진 세상을 향해 아무도 모르게 칼을 갈았던 맨 마지막 검객이길 기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 서늘하고도 형형한 칼을 공명정대하게 휘둘러 다오. 멀리 있는 적폐를 찾아내기 이전에 당신의 그림자 밑에 납작 엎드린 적폐들부터 아주 과감하게 청산해다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휘두르는 칼이 '쨍그랑' 하고 두 동강이 나면서 발등만 다칠 수도 있을 테니까. 어디 그뿐이랴. 이 광활한 세상의 뒤란에서 또 다른 검객이 아무도 모르게 쓱싹쓱싹, 시퍼렇게 칼을 갈기 시작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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