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중년 여자 스타 전성시대

시들시들? 다시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귀여움·청순미 바랬지만

원숙미·연기력 시선 집중

시청률·화제성 건재 과시

인생 캐릭터 얻으며 인기

한 시절을 풍미했던 여자 스타들은 과거 그들이 만들어둔 이미지 하나만으로 충분히 대중을 설레게 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로 대중의 가슴속에 추억의 일부분이 돼 남아 있고, 그래서 시간이 지나더라도 연예활동을 재개할 때면 매번 후끈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과거에 비해 앳된 귀여움이나 청순미가 없어졌다고 해도 한층 완숙한 미모로 시선을 집중시키며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하지만, 뜨거운 관심 속에 복귀 신고식을 치른다고 해서 그 결과가 항상 기대치를 충족시키진 못한다. 10년 만에 '사임당-빛의 일기'를 통해 돌아온 톱스타 이영애는 작품의 실패로 아쉬움을 남겼다. 역시 10년 만에 컴백한 고소영의 복귀작 '완벽한 아내'도 평타에 못 미치는 시청률을 보였다. 그만큼 중년 여자 스타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다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인데, 그래서 지금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누리는 김희선-김선아-이효리 등 세 스타의 활약이 눈길을 끈다.

◆톱스타 이영애 복귀 신고식은 기대에 못 미쳐

남자 캐릭터가 주를 이루는 영화계에서는 꽤 오랜 기간에 걸쳐 여배우들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한 채 헤매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흥행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는 영화의 특성상 관객을 휘어잡을 '센 소재'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으며, 또 최근 10여 년에 걸쳐 멜로 장르가 제작되는 일이 드물어 여배우가 영화의 중심에 서는 케이스를 찾아보는 게 쉽지 않았다. 반면에 안방극장에서는 동 기간에 걸쳐 여배우, 또 여성 스타들에 대한 '니즈'가 여전했으며 이 현상은 지금까지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영화와 달리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를 끌어당겨야 하는 TV 드라마에서는 말랑말랑한 로맨스가 주된 무기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 자연스레 여배우의 존재감도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로맨스 코드를 적극 활용하는 드라마가 많아 안방극장에서 여배우들이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건 기정사실이다. 방송 콘텐츠 제작자로서도 안방극장의 주된 시청자층인 여성들을 공략하는 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으로 채택해야 하는 전략이다.

그것이 드라마든 예능이든 여성 시청자들과의 사이에서 공감대를 만들어야 성공확률이 높아지며, 그러려면 호감도와 화제성이 높은 여배우, 그리고 가수나 예능인 등 여자 스타를 전방에 내세우는 게 그 나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방송 콘텐츠 제작자들은 존재감 있는 여자 스타를 확보하려고 치열하게 힘겨루기를 한다. 이 싸움에서 이영애 정도 되는 A급 스타와 손을 잡는다면 캐스팅 사실만으로도 콘텐츠 제작에 날개를 달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전문에서 짚어본 것처럼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여성 스타라고 해도 복귀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 연기력과 외모 등 스타 본인의 철저한 관리는 필수조건이며, 여기에다 복귀작의 완성도와 재미가 받쳐줘야 하고 복귀작이 방영되는 시기의 사회적 분위기 등 환경 역시 성공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한마디로 치밀한 준비는 기본이고 '운'도 따라줘야 한다는 말이다.

10년 만에 이영애가 선택한 드라마 '사임당-빛의 일기'는 한'중 동시 방영을 위해 중국 측 눈치를 보며 긴 시간 방송일정을 미루다가 '묵은 드라마'라는 이미지가 생겨 손해를 봤다. 거기에다 뚜껑을 열고 난 뒤에는 시대에 뒤처진 내용과 디테일이 드러나지 않는 엉성한 만듦새 때문에 지적받았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이영애의 외모는 여전히 매혹적이었고 연기력도 여전했다. 하지만 중심을 잡아줘야 할 콘텐츠가 흔들리니 A급 스타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김희선-김선아-이효리, 전성기 부럽지 않은 인기

고소영의 복귀 역시 마찬가지다. 복귀 사실이 알려지는 과정이 요란했던 것에 비하면 결과가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복귀작 '완벽한 아내'의 시청률은 지상파 미니시리즈로서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는 6%대에 그쳤고, 극이 후반으로 진행될수록 고소영의 비중도 줄어들어 오히려 또 다른 주연배우 조여정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고소영이 10여 년 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아줌마 캐릭터를 그럴싸하게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 확장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차라리 이영애보다는 결과가 나은 편이다.

지난해 말 시끌벅적하게 신곡 발표를 한 엄정화도 음원차트 상위권에 진입하지도 못한 채, 화제성에 비해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에 출연해 안방극장으로 돌아왔지만, 드라마가 17%에 육박하는 시청률과는 별도로 개연성 없는 전개 때문에 혹평을 들었다. 엄정화의 캐릭터도 갈피를 못 잡고 망가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처럼 한 가닥 한다는 스타들도 과거의 인기를 되찾으며 화려하게 복귀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의 두 주연배우 김희선과 김선아,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의 이효리는 전성기 부럽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최근 종영한 '품위있는 그녀'는 자 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12.7%(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까지 끌어올려 눈길을 끌었다. 대중의 반응이 뜨거워 오프라인상에서 느껴지는 소위 '체감 시청률'이 지상파의 20~30% 드라마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투 톱'으로 나선 김희선과 김선아의 주가도 무섭게 치솟았다.

특히 두 사람 모두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톤의 연기를 시도해 호평을 끌어냈던 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주된 요인이 됐다. 김희선은 2015년 방영된 드라마 '앵그리맘'에서 코믹 액션연기까지 펼치며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을 넓힌 후 '품위있는 그녀'에 이르러 감정변화까지 능숙하게 표현하며 호평을 끌어냈다. 맡은 캐릭터 자체가 일단 입체적이다. 준재벌 집안의 며느리로 남 부러울 것 없이 살다가 시아버지가 김선아가 연기한 간병인 박복자에게 홀려 새장가를 가고, 남편까지 대놓고 바람을 피우면서 이혼녀가 되는 인물 우아진을 연기했다. 이후 디자이너로 제2의 삶을 살게 되고 동시에 집안을 엉망으로 만든 인물들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감정의 높낮이가 눈에 띌 정도로 격차가 심하고 회차가 진행되면서 처지도 바뀌어가는 캐릭터다. 시청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교감하며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캐릭터로, 김희선이 이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 드라마 흥행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잘 관리된 외모에 대한 칭찬은 물론이고 깊이 있는 연기까지 가능한 배우로 다시 주목받으며 또 한 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드라마 외 예능에서도 털털한 성격을 드러내며 재미를 주고 있다.

김선아도 '품위있는 그녀'와 함께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과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보여준 모습이 워낙 강렬해 이 드라마와 캐릭터를 넘어설 만한 작품을 쉽게 만나지 못했던 게 사실. 하지만 '품위있는 그녀'에서 보여준 박복자 캐릭터 덕분에 소위 '인생 캐릭터'를 갈아치웠다는 말을 듣고 있다.

이효리는 시청률 10%를 넘어선 예능 '효리네 민박'의 성공으로 스타성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새롭게 발표한 곡들이 이렇다 할 반응을 끌어내진 못한 건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 스타들이 판을 치는 현 가요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기성가수의 복귀 앨범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으며, 이효리의 곡들이 상업적 성과보다 본인의 만족을 위해 만들어진 경향이 뚜렷해 애초에 음악적 성공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오히려 오랜만의 고정 예능 출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는데 '효리네 민박'으로 '대박'을 터트리면서 다시 한 번 톱스타로서의 위상을 증명했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효리네 민박' 외에도 한 차례씩 거쳐 간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견인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공감대를 형성해 대중의 지지를 얻은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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