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년 고1, 수능에 안 나오는 통합사회·과학 배워야

31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개편 1년 유예를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을 2016년 3월부터 추진해 왔다. 이후 여론 수렴 과정에서 교육주체 간 이견과 사회적 합의 불충분이 확인돼 1년 유예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31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개편 1년 유예를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을 2016년 3월부터 추진해 왔다. 이후 여론 수렴 과정에서 교육주체 간 이견과 사회적 합의 불충분이 확인돼 1년 유예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이 1년 미뤄지면서 현재 중3 학생들은 내년 고교에서 배우는 교과목과 수능 출제 과목이 일치하지 않아 학업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을 배우면서 따로 수능에 출제될 수 있는 '과학Ⅱ'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수능 시험에는 나오지 않을 통합사회'통합과학은 학교 수업이 파행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수능-교육과정 '불일치', 학업부담 가중

내년 고등학교 1학년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돼 교과목과 수업 방식이 바뀌는데, 이 학생들이 치르는 수능은 현행 방식을 따르는 데서 엇박자를 내게 됐다. 새 교육과정에 옛 수능 체제로 한 해 입시를 치르는 첫 사례로 기록된다.

현 중3 학생들이 치를 2021학년도 수능은 올해 치러지는 2018학년도 수능과 시험영역'평가방식 등이 모두 같다. 수능에서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탐구(최대 2과목 선택), 제2외국어/한문 등 최대 7개 영역의 시험을 치르게 된다.

개편 시안에서는 수능 제외 과목이었던 물리Ⅱ/화학Ⅱ/생물Ⅱ/지구과학Ⅱ도 현행처럼 수능 탐구영역 선택과목으로 포함된다. 내년에 고교 교육과정에 신설되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목은 현행 수능에 없는 과목인 만큼 2021학년도 수능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문제는 학생들이 바뀐 교육과정과 수능 체계가 달라 혼선과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과학Ⅱ는 새 교육과정에서는 심화학습이 필요한 진로선택과목이다. 진로선택과목은 새 교육과정을 만들 당시 수능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개편이 미뤄져 2021학년도에는 현 수능체제를 따르면서 시험 범위에 포함된다. 즉 1학년 수준의 공통과목인 통합과학이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 상황에서 2, 3학년 수준의 심화 과목만 수능시험 범위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 현장에서는 수업 파행을 우려했다. 조민호 영남고 교사는 "1학년 때 배우게 될 통합사회'통합과학'과학실험은 편성은 해 놓고 실질 수업은 수능 선택과목에 초점을 맞춰서 가르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수능에 나오지 않는 진로선택형 사회과목은 무력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바뀐 교육과정 안에서의 출제 범위 등은 내년 2월에 발표할 것"이라며 "달라진 교육과정 내에서 문제를 출제해 학생들이 추가 학습부담을 지거나 배우지 않는 부분에서 문제가 나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이과 통합, 학생 선택권 확대도 사실상 실패

교육과정과 수능의 불일치로 학생들이 혼란을 겪는 것은 물론 문'이과 통합 등 새 교육과정의 취지가 훼손되는 부작용도 문제로 제기된다, 특히 문'이과 통합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교육부는 문'이과 구분 없이 인문사회'과학기술 분야에 기초 소양을 두루 지닌 융'복합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새 교육과정 도입과 수능 개편의 한 이유로 내걸었다.

대표적인 것이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목 신설이다. 문'이과 학생들은 사회과목만, 이과 학생들은 과학과목만 공부하는 '학습 편식'을 막고자 모든 학생이 배우는 통합과목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들 과목이 수능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문과 학생들은 여전히 사회탐구만, 이과 학생들은 과학탐구만 공부할 가능성이 커졌다. 수학이 기존처럼 이과 학생들이 주로 보는 가형과 문과 학생들이 주로 보는 나형으로 나뉜 점도 또 다른 이유다.

심화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면서 진로에 따른 교육을 강화한다는 교육 목표도 무색해졌다. 대구의 한 고교 관계자는 "고등학교가 2018학년도 교육과정을 짜야 하는 상황에서 2, 3학년 과정으로 분류된 '일반선택'진로선택' 과목의 편성이 고민이다"며 "현실적으로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 과목을 어느 학생이 선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