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쪽바로'라는 말이 궁금해서 인터넷포털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똑바로, 혹은 곧 바로의 전라도 지방의 말'이라고 나온다. 어! 내가 쓰는 말인데 이게 왜 전라도 말? 전라도 출신 분께 바로 전화해서 물어보았다. "'쪽바로' 그거시 먼 말이랑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사이버공간을 더 찾아보니 경상도 사투리라는 검색 결과를 찾을 수 있었다.
베트남 호찌민에는 멈추지 않고 들어오는 한국 투자자들과 관광객들로 인해 한국어 통역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이다. 영어통역이 가능한 사람에 비해 2배에서 3배까지 통역비가 치솟고 있고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으면 금세 불려나간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통역인이라도 간단한 한국말만 할 수 있으면 통역현장에 투입되기도 한다.
가끔은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 왼쪽, 오른쪽, 앞으로, 정지 등 생존 베트남어를 구사하는 필자를 보고 통역을 부탁하는 분들도 있다. 하여간 그 때문에 아무래도 현장에서의 의사소통에 오해가 생길 여지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고 그것은 '쪽바로' 비즈니스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어교육 강사한테 들은 이야기이다.
"나는 선생님께 '감정'이 많아요"라고 한국어를 학습하는 베트남 학생이 밝게 말했다고 한다. 물론 선생님은 당황했지만 이내 머리를 수천 번 시뮬레이션해보고 나서 차분히 '감정'을 가라앉혔다고 한다. 감정이란 베트남 말로는 '띤깜'(tinh cam)이라고 하는데 우리말 '감정'은 부정적인 언어이지만 베트남 '띤깜'은 긍정적인 어휘로 쓰인다. 따라서 베트남 사람은 '감정'이 많을수록 좋은 것이지만 우리는 '감정'이 적을수록 좋은 것이다. 베트남어가 한자어에서 온 것이 많이 있다고 하니 우리의 감정(感情)을 거꾸로 한 정감(情感)에서 온 것이라고 인터넷상에 설명이 되어 있다. 그런데 이게 자리를 바꾸니 단어의 감성이 변한다.
그 선생님이 그런 예를 하나 더 들어주셨다. 편의점에서 음료수 한 병을 샀는데 편의점 점원이 종이컵을 서비스로 준다. 이때 한국 사람들은 '감사합니다'라고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쓰미마셍'(미안합니다)이라고 한다. 감사합니다와 쓰미마셍은 다른 어휘인데 같은 상황에서 쓰인다고 한다.
'엑스포문화세계호찌민-경주 2017'(Le Hoi Van Hoa The Gioi Thanh Pho Ho Chi Minh-Gyeongju 2017). 이것이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의 베트남식 표기이고 포스터와 공식문서에 모두 이렇게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단어들이 자리를 '쪽바로'해서 있지 않고 '거꾸로'해서 바꾸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식으로는 당연히 '쪽바로' 쓴 것이다. 자리를 바꾼 것일 뿐. 그렇다면 감성은 우리와 같은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정감' '감정'처럼 강조하면 할수록 좋을 것인가 나쁠 것인가? 글자 자리를 바꾸어 써놓고 읽으면서 우리와는 다른 감성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 죽겠는데 이런 걸 또 어떻게 물어봐야 될지 모르겠다. 물어본들 솔직히 얘기 줄 것인지. 12월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호찌민 북쪽에 위치한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지하 터널인 구찌터널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개인적으로 방문한 미국인과 함께 베트남 영어가이드의 안내를 받았는데 그 시설을 베트남 가이드는 적군을 무력화시킨 지하 시설로 자부심을 가지고 설명하였고 그 미국인은 '낄낄'거렸다는 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게 설명을 듣고 터널과 은신시설을 일일이 경험했다. 나중에는 팁까지 주고, 가이드는 감사하다면서 받았다. 웃고 신나했지만 그 둘의 사이에 흘렀을 감성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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