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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글쟁이의 영화 읽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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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일
박남일

'역마차'(Stagecoach·1939)

역설적이긴 하나, 총질이 적을수록 좋은 서부극인 것. 3대 서부영화 '역마차' '하이 눈'(High Noon) '셰인'(Shane)이 그 점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나머지 수많은 서부영화 중 메릴린 먼로가 주제가를 부르는 '돌아오지 않는 강'(The River Of No Return), 마을 축제에서 보안관 헨리 폰다가 한쪽 다리 번쩍번쩍 들며 춤추는 '황야의 결투'(My Darling Clementine), 보안관 버트 랭커스터와 치과의에서 모주(母酒)망태로 전락한 커크 더글러스가 머슬머슬한 우정을 이어 나가는 'OK 목장의 결투'(Gunfight At The OK Corral)가 인상에 남는데, 이들도 상대적으로 총소리가 뜸한 축에 든다.

역마차는 단칸짜리 증기 기관차다. 기관차가 달리면서 다문다문 기적을 울리듯 역마차는 덜컹대며 영화 주제곡을 되우 잦게 뱉어낸다. 모데라토로 알레그로로 때론 안단테로.

로즈버그행 역마차에는 갖갖의 인물이 타고 있다. 마차꾼 벅과 보안관 마셜을 뺀 승객들의 면면을 본다. 나는 그들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눈다. 남볼썽 차리며 번죽거리는 번주그레한 노은행가 헨리와 팔초한 얼굴의 노름꾼 햇필드와 털옷 감은 대위 아내 루시가 전자라면, 아버지와 동생의 원수를 갚으려 탈옥한 링고(존 웨인)와 마을에서 쫓겨난 논다니 달라스(클레어 트레버)와 알코올 음료만 있으면 즐거운 의사 조슈아(토마스 미첼)와 새가슴을 가진 위스키 외판원 피콕은 후자다.

그런데 가진 자들은 하나같이 위선적이다. 입만 벙긋하면 나랏일 걱정하던 은행 감사는 종착역에 내리자마자 공금 횡령으로 뒷짐 결박되고, 틈만 나면 젊은 귀부인 위하던 타짜꾼은 아파치와 싸우던 중 막판에는 여인에게 총부리를 겨누다 누군가의 납덩이를 맞고 만다. 반면 못 가진 치들은 선하다. 주정배기에 엉터리 돌팔이라 손가락질받던 조슈아는 거뜬히 대위 아내의 아이를 받아낸다. 발주저리만치나 푸대접받던 달라스와 링고는 각각 밤새워 해산(解産) 어미를 구완하고, 백의종군하는 충무공처럼 죄수의 몸으로 인디언과 맞서 싸운다. 종당에는 악박골(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일대의 옛 이름) 호랑이 같은 철천지원수를 누이고, 보안관의 석방 선처와 조슈아의 배웅을 받으며 둘은 가시버시의 연을 맺고 고향 목장으로 향한다.

조선의 고소설들이 노골적으로 권선징악의 알 종아리를 보여 준다면, 아메리카의 영화는 남(藍)스란치마 아래로 권선징악의 발등만을 은근슬쩍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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