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 경주 지진'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그날의 강진으로 경주 등에서 23명이 다쳤고 재산피해 5천368건, 110억원을 냈다. 그로부터 1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한국의 지진방재대책과 정책을 살펴보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7, 8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 연구기관 및 학계 전문가 등 4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진방재대책 발전을 위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기상청은 11∼13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경북도'대한지질학회와 공동으로 2017년 지진 워크숍 '9'12 지진, 그리고 1년'을 연다. 이처럼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경주에는 여전히 지진의 상흔이 선명히 남아 있고, 공공'민간 건축물 내진설계 보강 등 지진 대책 마련은 더디기만 하다.
◆기약 없는 내진율 높이기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지 1년이나 됐지만, 전국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은 43.7%에 불과하다. 더욱이 지난해 지진 이후 경주에는 여진이 633차례 발생, 경주를 비롯한 한반도 전체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에도 내진 보강을 위한 정부 발걸음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애초 지진방재 5개년 계획에서 지난해 36.3%인 공공시설물 내진율을 2021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진율이란 시설물 가운데 규모 6.0~6.5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비율을 말한다.
하지만 경북도는 예산이 없어 목표를 45.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경주 지진 이후 공공시설물 내진 보강을 위한 국비를 전혀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북지역 학교시설 내진율은 18.7%로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도는 올해 말까지 36%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보강을 하고 있지만 내진이 필요한 시설이 1천865곳에 달해 예산 부족으로 91곳에만 예산을 투입했다.
경주 지진으로 주택 등의 피해가 컸던 만큼 민간 건축물이 지진에 견디도록 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전국 민간 건축물 내진율은 2015년 말 기준 33%이며 경북은 34.3%다.
행정안전부는 내진설계 의무대상 건축물을 3층 또는 연면적 500㎡ 이상에서 2층 또는 연면적 500㎡ 이상으로 확대했고 오는 12월까지 적용 대상을 모든 주택과 연면적 200㎡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민간 건축물 내진 보강을 유도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개인이 적은 돈으로 손쉽게 보완 공사를 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돕는다는 복안이다.
◆예산 확보 실패, '땜질 처방'만
경북도는 지진 관련 체계적인 연구 국책기관인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도 예산이 걸림돌이다. 경북도는 연구원을 활성단층 영향으로 지진빈도가 가장 높고 국내 원전 50%가 있는 경북 동해안에 설립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비를 행안부에 건의했지만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됐다.
지진 탓인 경북지역 문화재 피해도 67건(56건 복구 및 수리 완료, 11건 발주 준비 및 공사)에 이르지만 수리와 복구 매뉴얼이 미흡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경북도는 지진과 관련한 복구 사례가 적고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신속 복구 기준이 없으니 국내외 보강 사례 공유가 필요한 점과 보강 종류와 재료, 시공 방법 등의 표준 매뉴얼 마련도 정부에 건의했다. 국가지정문화재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가벼운 보수는 도와 시'군이 직접 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문화재를 빼고 피해가 난 공공시설물은 대부분 복구가 끝났지만, 가정집 등 민간 시설물은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된 복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 파손에 대한 재난지원금은 규정상 반파(半破) 이상으로 한정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이 같은 기준을 완화해 주요 구조물 수리가 필요하지만 반파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1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이 추가 부담을 하지 않고서는 복구에 한계가 있고 이마저도 받지 못한 주민이 많은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전통 기와 대신 값이 싼 함석 기와를 올린 한옥이 곳곳에 눈에 띄고 담을 시멘트로 땜질 보수하거나 아예 손도 못 댄 주택이 적지 않다.
경북도 관계자는 "민간시설 복구 상황을 별도로 파악하지 않고 있어서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반파 이하 피해 주민에게도 100만원을 지급했지만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가벼운 피해를 본 주민은 지원 대상에서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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