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희구의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 추석대목장날(2)

2. 밍절이 되마 모도모도가 바뿌다

큰 밍절 앞두고, 니집 내집 할꺼없이

모도모도가 분답에졌다

아아(兒兒)들이 많은 기철이네 집에도

기철이 엄마가 마이 분답에졌고,

서울 사는 손자 손녀가 마카 추석에

할매 보로 온다 카이끼네

순딕이 할매도 한참 분답에지겠구마는,

지사(祭祀)가 많은 안골댁 맏미느리도

마이 분답에졌다

글케, 웃대 사대봉사(四代奉祀)로

모도 받드잉끼네, 마카 다 지사(祭祀)로

모시는 데다가, 이 집안에는 윙캉 피가 뜨겁었는지,

시부, 시조부, 시징조부 시고조부꺼정 할배들 마캉 다

소실(小室), 측실(側室), 첩실(妾室)에다가

작은댁이, 작은오마씨, 작은방지기꺼정 할매들 너댓씩은

다 거느리 지렁,

이 할배들 지사에 할배들이 거니리고 온 작은 할매들

지사까지 합쳤뿌리마 할배 할매들,

지방(紙榜) 써대기도 바뿌고

짓상(祭床)에서 할매 할배들 지사 진지 잡숫고 난

숭녕 수발하기도 엄청 바뿌다

(시집 2집 대구의 장터 풍물편 『추석대목장날』 오성문화 2012)

*분답다: 어수선하게 바쁨

*할매 보로: 할매 뵈러

*웡캉: 워낙

*피가 뜨겁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정력(精力)이 센 사람을 두고 '피가 뜨거운 사람'이라고 한다.

*소실, 측실, 첩실, 작은댁, 작은오마씨, 작은방지기는 모두가 첩을 지칭한다.

*숭녕: 숭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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