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대구시와 여야 대구 정치인들이 만나 머리를 맞댔다. 삭감된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지역 예산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복구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었다.
SOC 사업 예산 삭감은 지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때부터 불거졌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대규모 SOC 사업을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조가 내년 예산에도 반영돼 올해보다 20% 정도 삭감됐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SOC 예산은 복지와 일자리 창출보다 시급하지 않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이 틀렸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SOC 산업은 아직까지 양과 질적인 면에서 한참 떨어져, 오히려 SOC 투자 확대 정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양적으로 살펴보면 국토 면적이 비슷한 5개 국가 가운데 한국의 면적당 도로 연장(㎞/㎢)은 1.06으로 평균치를 유지했으나 체코 1.65, 오스트리아 1.31보다 사정이 좋지 않다. 철도 밀도(㎞/천㎢)는 사정이 더욱 나빠 우리가 36.5에 불과한 반면 체코 197.9, 오스트리아 99.2 등 4개국 평균(87.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때문에 도로 부문 여객 부하지수(도로승객 수송실적/도로연장)는 3.4로 네덜란드,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을 제치고 세계 최악 수준이고 철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출퇴근 시간을 살펴보자. 한국의 일일 평균 통근시간은 58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OECD 평균 통근 시간인 29분과 비교하면 두 배이며, 주요국인 일본(40분), 독일(27분), 미국(21분) 등과 비교해도 지루할 정도로 길다. 이에 따른 교통혼잡비용으로 매년 33조원이 길거리에 뿌려지는데 이는 GDP 대비 2.13%에 달한다. 매년 100원 벌어 2원 이상을 길바닥에 버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SOC 예산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GDP 대비 SOC 예산 비율은 지난 2013년 1.8%를 차지했으나 5년 동안 1.0%로 뚝 떨어졌다. 면적당 도로연장(1.06㎞/㎢), 인구당 도로연장(2.11㎞/천 명), 차량당 도로연장(5.60㎞/천 대)이 미'일'영 등 주요국과 비교해 어느 하나도 우월하지 않은데도 말이다.
SOC 투자는 불필요한 예산이 아니라 국민 삶의 질을 제고하고 미래사회 대비를 위한 투자의 일환이라는 인식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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