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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하늘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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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EBS 수능 완성 교재에서 학생들의 질의 및 이의제기가 가장 많은 것은 '읽고, 넓다'의 발음에 적용된 규칙이다. '읽고'가 일꼬로 발음될 때는 '읽꼬'로 경음화가 먼저 일어난 후, 겹받침에서 ㄱ이 탈락하면서 일꼬가 된다. 이 설명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는 것은 주로 음운 현상이 일어난 순서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과 다른 문제집이나 참고서들에서는 '읽고→일고→일꼬'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EBS 교재가 오류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의제기는 '일고→일꼬'의 과정을 생각해 보면 간단하게 해결이 된다. 우리말에서 '(아들을) 삼고'나 '(아이를) 안고'처럼 비음(ㄴ,ㅁ,ㅇ) 뒤에 어미가 올 때는 삼꼬, 안꼬처럼 경음화가 일어나지만 '(바람이) 일고', '(대구에) 살고'처럼 유음(ㄹ) 뒤에 어미가 올 때는 경음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고→일꼬'의 음운 현상은 일어날 수 없다. 대신 '잡고, 먹고'와 같이 파열음(ㄱ,ㄷ,ㅂ) 뒤에서는 잡꼬, 먹꼬로 경음화가 일어난다. 음운 현상의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음운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과 관련이 되기 때문이다. '읽고'에서 경음화가 일어나는 원인은 받침 'ㄺ'에 있는 파열음 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ㄱ은 경음화 현상에 영향을 준 후 탈락해 버린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 설명이 어렵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우리말에서 더 어려운 것은 겹받침의 표준 발음이다. 요즘처럼 '하늘이 맑다'고 할 때 사람들은 말따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지만 '맑다'의 표준 발음은 막따이다. 표준 발음 규정에 의하면 용언에 사용된 겹받침 ㄺ은 'ㄱ, ㄷ, ㅈ' 앞에서는 ㄹ이 탈락하고, '맑게(말께)'처럼 ㄱ 앞에서는 ㄱ이 탈락한다. 이런 것까지 외워야 바른말 고운말을 쓰는 사람인가 싶지만 실제로 외울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시험을 앞둔 학생들이나 아나운서 지망생들밖에 없다. 보통 사람들은 몰라도 그냥 가장 자연스러운 대로 발음하고, '하늘이 말따'고 해도 다 알아듣는다.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아나운서들이 겹받침 발음을 제대로 한다고 '맑다', '밟다'를 막따, 밥ː따로 발음하는 것을 보면 말따, 발ː따로 발음하는 것보다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받침에 비음이나 유음이 들어갈 때는 소리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파열음이 들어가면 발음도 어렵고 약간 답답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그렇게 어렵게 막따로 발음하면 '(길을) 막다'와 발음이 같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맑다'를 말따로 발음하는 것은 ㄱ이 경음화에 영향을 준 후 탈락한 것이기 때문에 '맑다'나 '막다'와 구별해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굳이 '하늘이 막따'로 발음해야 한다고 고집할 이유는 약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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