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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환경시설 관리 허점투성이] 수의계약 빈발·과장된 수요예측, 부실 자초한 행정

대구환경자원사업소(방천리매립장)는 올해 사업장
대구환경자원사업소(방천리매립장)는 올해 사업장'건설 현장 폐기물을 몰래 반입하다가 적발됐다. 주민감시단원들과 담당 공무원들이 반입 금지된 쓰레기가 있는지 점검하는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 달성군 구지면 달성 2차 산업단지 폐기물처리시설은 355억원을 들여 조성했지만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정상 가동이 안 돼 예산 낭비 논란이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달성군 구지면 달성 2차 산업단지 폐기물처리시설은 355억원을 들여 조성했지만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정상 가동이 안 돼 예산 낭비 논란이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의 환경시설이 잇따라 물의를 빚고 있다. 바이오가스 시설의 고장과 폐기물 불법 반입을 비롯해 수의계약으로 인한 사업자 선정 논란, 처리 설계에 못 미치거나 성능 문제로 인한 예산 낭비 지적도 나왔다. 이는 허술한 관리업무와 투명성 낮은 계약 관행, 부풀려진 수요 예측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도'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환경시설의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잇따라 문제 드러낸 대구 환경시설

대구의 환경시설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상리동 음식물쓰레기처리시설 내 바이오가스 자원화 시설이 고장으로 상당 기간 동안 작동이 멈췄다. 운영비를 아끼려 약품 비율을 조정하면서 일부 설비에 부식이 발생해서다. 부실한 운영과 허술한 관리감독이 낳은 사고였다.

이곳의 음식물쓰레기처리시설도 문제가 있다. 686억원을 투입해 2013년 6월 준공해 음식물쓰레기를 하루에 288t 처리하도록 설계됐지만 성능 문제로 180~230t만 처리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올해 3월부터 150억원을 들여 개선공사를 벌이고 있다. 11월까지 공사를 끝내고 3개월간 시험 운전을 벌일 예정이다.

이 밖에도 대구환경자원사업소(방천리매립장)에서는 일부 업체가 사업장'건설 현장 폐기물을 몰래 반입하다가 적발됐다. 청원경찰이 사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폐기물을 불법으로 반입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또 폐기물처리업체들이 건설폐기물 반입이 가능한 5t 미만으로 맞추려 '쪼개기' 편법을 써서 문제가 됐다. 앞서 2015년 정부 종합감사에선 생활쓰레기 매립장에 사업장 쓰레기를 20년 넘게 불법적으로 매립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소각 처리하는 비용(t당 15만원)보다 매립 비용(2만3천100원)이 싸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하수슬러지(찌꺼기) 건조연료화사업의 사업자 선정을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수슬러지를 압축'건조해 화력발전소 연료로 만드는 이 사업의 규모는 484억원이나 된다. 그런데 시는 공유재산법을 적용해 공개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정한 탓에 뒷말이 나왔다.

막대한 예산을 들인 환경시설이 제 기능을 못 하면서 혈세 낭비 논란도 일었다. 390억원을 투입해 설치한 달성군 현풍하수처리장 2단계 시설(2만2천㎥)은 1년 넘게 정상 가동을 못 하고 있다. 2008년 355억원을 들여 설치한 달성 2차 산업단지 폐기물처리시설도 9년째 가동을 못 하고 있다. 이 시설은 하루 최소 50t의 폐기물을 태워야 하지만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7~8t에 그치고 있는 탓이다.

◆허술한 감독과 낮은 투명성의 부실 행정

이 같은 문제는 환경시설을 지도'감독해야 하는 시와 구'군의 부실 행정이 원인이 됐다. 방천리매립장의 경우 이미 2015년 정부 종합감사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제대로 된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를 노린 사업자의 편법을 걸러내는 데 소홀했다. 이런 상황에서 매립장 반입지정서를 무허가 업체들이 발급받기도 했다.

2013년 시의 종합감사에서도 환경자원사업소는 폐기물 반입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반입 가능한 것 이외의 폐기물을 들여오는 사업자에 출입제한 1차 처분을 하고, 이후 같은 위반을 했을 때 2차 처분을 해야 하는데도 처분 횟수를 1차만 적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부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의 경우 2015년 감사 결과 대구환경공단은 성능 미달로 시설의 정상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도 준공 승인을 하고 시설을 인수한 것이 확인됐다. 상리동 음식물쓰레기처리시설도 대구시건설본부가 시운전과 준공검사를 잘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술한 지도'감독이 문제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계약 과정의 낮은 투명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특히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은 많은 허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지방계약법에 따르면 소액이나 유찰, 긴급복구, 특허품 등 예외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수의계약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탓에 입찰 참여 기회가 배제되고, 특정 업체가 자사 특허를 수의계약 사유에 반영하려고 물밑 경쟁이 벌어진다. '특허'나 '긴급' 등 수의계약 사유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계약 담당자의 주관적 해석이 개입된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편리성을 이유로 특정업체와 소액 수의계약 위주의 분할계약이 빈발하기도 한다.

잘못된 수요 예측과 부실 검증도 지적된다. 달성 2차 산업단지가 대표적 사례이다. 시는 2008년 6월 달성 2차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폐기물 발생량을 하루 53.6t으로 추정하고, 하루 70t을 처리할 수 있는 소각장을 설치했다. 그러나 실제 발생량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감사원은 "달성 2차 산업단지 조성 당시 제조업체 평균가동률은 69.9%로, 실제 폐기물 발생량이 최대 30.1%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구시는 이에 대한 고려 없이 가동률을 100%로 적용해 낭비 요인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관리감독과 행정 투명성 강화

대구시는 방천리매립장의 폐기물 불법 반입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6월 출입차량 자동인식 시스템을 도입하고 감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고화질 CCTV로 바꾸고 2대를 추가해 모두 4대를 운영함으로써 출입차량을 관리하기로 했다. 문제는 출입 이전에 배출지를 속이거나 배출량을 쪼개는 불'편법을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관리감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선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업체들이 서류를 조작해 구'군청에서 폐기물 반입지정서를 발급 받을 일이 없도록 구'군청 담당자가 직접 현장에서 폐기물 분량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폐기물 이력을 전산화하는 '폐기물 종합관리시스템'을 확대'적용해 폐기물 배출부터 인계와 운반, 처리까지 엄격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 특히 전산 입력 과정에서 폐기물 중량을 조작하는 등의 불법 행태가 확인되면 허가 취소와 과태료 부과 등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

수의계약의 투명성을 높이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수의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수의계약 체결 이전에 허가사유 공개를 의무화하고, 수의계약 적용 사유의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또 특정 업체와의 편법계약을 막고자 감사부서와 사전에 협의하도록 규정하거나 분할 발주 위반 사례를 바탕으로 한 점검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수의계약 횟수'금액 상한제를 운용하는 한편 결격사유 대상자에 대한 사전검증을 체크리스트 형태로 도입하는 방안도 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수요예측 검증을 강화하려면 사업 추진 과정에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참여해 감시하는 등 '수요 부풀리기' 관행을 차단해야 한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리감독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엄격하게 묻는 제도 마련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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