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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호의 에세이 산책] 불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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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시골 동네는 조용하기만 하다. 장닭이 지붕 위에 올라가 꾹- 꾹꾸구~ 하고 울면 다른 집 장닭도 나도 질세라 따라 울고, 봄이 되어 새 풀을 먹고 기운이 오른 황소가 암소를 보고 환장을 하는 것 외에는 무료하기 짝이 없는 시골 동네에 이변이 일어났다.

신문 잡지 하나 없고, 라디오 하나 없는, 기계라고는 자전거밖에 없는 동네에 집채만 한 트럭이 들어온 것이다. 동네 아이들이 처음 보는 자동차를 보기 위해 다 모였다. 나도 트럭을 보기 위해 달려갔다. 그런데 내 등 뒤에는 동생이 업혀 있었다. 그날따라 동생 업어주는 배당이 나에게 돌아온 것이다. 좀 창피하지만 좋은 구경을 놓칠 수는 없었다.

그 당시 부모는 농사일 나가고 할머니가 손자를 길렀다. 줄줄이 사탕 그 많은 손자를 다 돌보지 못하고, 누나들이 동생을 업거나 데리고 다니며 자기들끼리 소꿉놀이를 즐겼다. 소꿉놀이를 하면서 대화가 전부 욕이었다. "가시나야, 지랄하네, 까불지 마, 미쳤나, 너 죽을라 카나." 싸움을 하고 도망칠 때는 '너거 엄마 X' '너거 아부지 X'였다.

그때 어린아이들은 듣는 것이 욕이니까 욕부터 먼저 배웠다. 동생을 업고 정신없이 트럭을 구경하고 있는데 운전기사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때 내 눈에는 운전기사가 염라대왕같이 위대하게 보였다.

"사내자식이 아 업어만 불알 떨어진다"고 했다. 이때 등에 업힌 동생이 아무 표정 없이 "지랄하네" 하지 않는가? 누나들에게 배운 말을 여기서 발휘한 것이다.

"어? 이놈 봐라." 운전기사는 매우 당황한 표정이었다. 운전기사의 불알 떨어진다는 이 말이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염라대왕이 거짓말할 턱은 없고, 동생이 염라대왕에게 욕까지 했으니 틀림없이 불알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불알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태산 같았다. 쉬~ 할 때 만져보고 자다가 만져보고 한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성장 과정의 인격 형성이 평생을 좌우한다. 북유럽 복지국가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는 초등학교 6년 동안 공부를 가르치지 않는다. 공부를 가르치지 않으니 시험이 없고, 시험이 없으니 1, 2등이 없고, 1, 2등이 없으니 상장이 없다. 무엇을 가르치는가? 바이킹의 후예답게 강력한 체력과 정신력, 평생 살아갈 수 있는 인성교육을 가르친다. 우리나라 교육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래도 그 나라는 노벨상을 45개나 받았다. 그때 떨어진다는 불알이 아직 떨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정치인들의 선거공약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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