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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꽃 …제3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시 우수상-채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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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에 핀 꽃들은 탯자리를 차지했으므로 하나의 꽃무더기다

여러해살이 동안 안쪽을 숙성시켰으므로 이것은 또한

한참 만에 피워 낸 그리움이다

메주꽃 향내가 만개한다

해를 넘기며 한 움큼씩 여백이 자라나 항아리를 채웠다

당신이 양지에 걸어놓고 간 메주를 뽀얗게 씻어

바다향 물든 배냇저고리 입혀 항아리에 뉘었다

숯과 고추, 참깨 금줄을 둘러 잡생각을 다스렸고

혹, 날개바람 새들까 봐, 허공을 감아 뚜껑을 닫고 침묵했다

칩거는 된장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안쪽에서 흘러나온 숨소리가 연했다

되돌아온 당신이 항아리를 처음 열었을 때

별들이 슬쩍 내려와 꽃씨가 되었을 것이다

그때부터 항아리에 기척이 자라났고 몰래 다녀간 당신의 안부로

샛노란 향기가 보글보글 끓었다

흩어져 있는 것들이 스스로 모이는 계절 속에서

볕이 된장을 봤다 된장이 볕을 봤다

변방을 떠도는 이들의 가슴 속에

가끔 구수한 메주꽃이 아리게 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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