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감 내세운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 공감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리 5, 6호기) 공론조사 과정에서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탈원전 정책을 기정사실로 한 것은 견강부회다. 그런 공감대가 과연 있는지 확인할 아무런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결정은 독단적이다.

문 대통령이 '공감대'를 언급한 근거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조사위가 실시한 향후 원전정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로 보인다. 조사에서 '원전 축소'는 53.2%, '원전 유지+확대'는 45.2%였다. 이것의 의미는 '탈원전'이 아니라 '원전 비중 축소' 의견이 극미(極微)의 우위를 보였다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문 대통령은 '원전 비중 축소'를 '탈원전'으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더구나 공론조사위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후 필요 조치 사항'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문 대통령 주장의 설득력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킨다. 조사에서 다수 의견은 '안전기준 강화'(33.1%),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27.6%), '사용 후 핵연료 해결 방안 마련'(25.4%) 등의 순이었다. 반면 '탈원전 정책 유지'는 13.3%로 가장 낮았다. 문제는 이들 통계수치 중 어느 것을 내세우든 그것이 탈원전이든 '원전 지속'이든 국가 원전 정책 결정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조사위는 그런 결정을 할 법적 권한과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원전이냐 아니냐는 이미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바뀌었다. 있을지도 모를 사고 가능성에 치우치면 원전은 짓지 말아야 하는 것이 되고 100% 안전을 장담 못하지만, 현실적으로 원전만큼 경제적인 발전원(發電原)이 없다는 데에 주목하면 원전은 지어야 한다. 어느 것이 맞는가? 선뜻 대답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향후 10년 나아가 30년 후 국민 모두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탈원전 여부의 결정은 더 광범위하고 더 치열한 숙의가 필요하다. 국내는 물론 해외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공론조사라도 벌인 다음에 탈원전을 할지 말지를 고민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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