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 파워 인터뷰] 13개 학교 운영 신철원 협성교육재단 이사장

"대구 학생이 지역 대학·기업에 가는 환경 만들어야"

13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협성교육재단의 신철원 이사장. 그는 최근 협성중학교와 경복중학교의 통합 운영안을 결정했다. 신 이사장은
13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협성교육재단의 신철원 이사장. 그는 최근 협성중학교와 경복중학교의 통합 운영안을 결정했다. 신 이사장은 "공립학교와 차별화된 사립학교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하며, 사학재단들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노익 대기자 noik@msnet.co.kr

"청소년들이 대학입시 경쟁에서 벗어나 소중한 인격체로서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공부하는 '협업수업'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우리 재단은 학교가 많기 때문에 과감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이것이 '협성'의 강점입니다."

신철원(50) 협성교육재단 이사장은 한국의 미래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큰 결단을 했다. 재단 내 협성중학교와 경복중학교를 통합하기로 했다. 두 학교는 내년 3월부터 '협성경복중학교'로 새롭게 문을 연다. 학교 수를 줄여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다. 교육계는 사립학교의 갈 길을 제시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상당수 사립학교들이 학령인구 감소로 존폐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협성중학교와 경복중학교를 통합했다. 내년 3월부터 협성경복중학교가 새로 출발한다. 통합의 의미는?

▶두 학교의 학생 수는 한때 3천200명이었는데, 지금은 700명으로 줄었다. 통합은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다.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가 몇 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학인들이 스스로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은 '이 학교들이 미래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것인가?'다. 사립학교의 존재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오랜 역사, 설립자, 건학이념, 지금까지의 교육 실적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

이번 통합은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학교의 교육환경을 크게 개선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협성교육재단은 교육부로부터 120억원 정도의 통합학교 지원금을 받게 된다.) 현재의 협성중 교사(校舍)를 전면 리모델링하고, 다목적강당과 급식소 및 식당, 운동부 체육시설 등을 신축한다. 협성경복중은 내년에는 경복중 건물을 사용하고, 2019학년도부터는 새 단장을 한 협성중을 교사로 쓴다. 또 학급 수의 안정으로 인해 교사들의 근무여건이 좋아진다. 이는 수업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통합을 결정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솔직히 사학재단이 스스로 학교를 줄인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두 학교는 선배 협성인들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수많은 졸업생들의 학창시절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무척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다. 이번 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힘든 과정이 많았는데, 대구시교육청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협성교육재단은 13개 학교를 운영하는 한강 이남 최대 사학재단이다. 13개 학교의 졸업생만 30만 명에 이른다. 협성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리 재단의 경쟁력은 사람이다. 나는 교직원들이 갖고 있는 사명의식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 전문성, 그리고 진정성을 믿는다. 하지만 교직원들도 사람이기에 타성에 젖을 때도 있다. 그때는 적절한 인사가 필요하다. 우리는 학교 수가 많아서 재단 내 다른 학교로 전근이 쉽다. 인사를 통해 협성의 경쟁력을 최고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협성교육재단의 건학이념과 이사장의 교육철학은?

▶건학이념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내 갈 길 내가 개척'이다. 1950년대 설립 당시 시대상황에 딱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이 건학이념은 60여 년이 지났는데도,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이 없다.

(학습이) 늦은 아이를 기다려 주는 공평한 교육을 해야 한다. 학생들 가운데는 빨리 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늦게 가는 아이들도 있다. 성적으로 줄을 세워서는 안 된다. 중등교육은 대학입시가 목적이 아니다. 학창시절의 꿈, 가족과 친구에 대한 정서적인 교류가 중요하다. 모든 학생을 같은 목표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언젠가 교직원들에게 "경일여고(자율형사립고)는 꼴찌를 만족시켜 주는 학교여야 한다"고 얘기했다. 즉,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뽑아 대학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노리는 그런 학교가 되지 말자는 뜻이다. 하지만 이것을 강조하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이 따르니 고민스럽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어느 고교가 서울의 명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했느냐에 관심이 많다.

▶학생들을 위해서도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그런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우수인재가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의 학생들이 지역 대학에서 공부하고 지역 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교육계, 경제계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야 한다.

-대구사립중고등학교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사학의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사학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사학이 혁신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사학재단들이 교사채용 및 인사, 교육과정 등을 공유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학은 대한민국 교육에서 큰 역할을 했다. 이제는 몸집을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중등교육은 공'사립 구분 없이 천편일률적이다. 이렇게 해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사학이 제 색깔을 낼 수 있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사립 중'고교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퇴로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이 문제인가?

▶다수 사학인들의 진정성을 믿는다. 어떤 물질적 보상과 같은 '퇴로'는 논의할 때가 아니다. 먼저, 교육청과 법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개별 법인에 적합한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구체적인 비전이 있어야 목표의식이 분명해진다. 고교의 50%, 중학교의 25%를 차지하는 사학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인 손실이다. 지금이라도 움직여야 한다.

-글로벌 인재 양성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글로벌 인재 양성이란 말보다 '글로벌 시대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시민 양성'으로 표현하고 싶다. 여기에는 언어, 체육, 문화예술 교육이 포함된다. 우리는 초등학생들에게는 예체능 사교육까지 시키면서 중'고생들에겐 학과 공부만 강조하고 있다.

-올 7월 국제청소년스포츠축제(International Children's Game) 집행위원으로 재선됐다. ICG는 어떤 단체인가?

▶ICG는 1968년 미소 냉전시기에 출발했다. 당시 유고슬로비아의 작은 마을의 체육교사가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장벽을 넘어 청소년들이 체육을 통해 하나 되기를 소망하며 마련한 행사다. 지금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인하고 후원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청소년(12~15세) 종합스포츠대회로 성장했다.

2013년 총회에서 집행위원(4년 임기)에 당선됐고, 올 7월 총회에서 재선했다. 전체 위원 19명 가운데 집행위원은 7명이다.

-ICG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향후 계획은?

▶2012년 대구에서 ICG대회를 개최했다. 대구생활체육회와 협성교육재단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35개국 80개 도시 2천여 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나는 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역대 행사 중 가장 준비가 잘됐다는 칭찬을 받았다. 집행위원으로서 세계를 돌며 ICG의 이념을 전파하고, 청소년스포츠의 국제교류 증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 아울러 권영진 대구시장과 함께 대구가 2021년 대회를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해 2월 새마을문고중앙회 회장에 취임했다. 임기(3년)가 절반 정도 남았다. 어떤 사업을 벌이고 있나?

▶1951년 울산에서 고 엄대섭(2009년 작고) 선생이 시작한 마을문고가 새마을문고의 모태다. 새마을문고 회원 수는 27만 명이다. 전국에 1천300여 개의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대통령기 국민독서경진대회 ▷독서문화상 시상 ▷독서문화시민운동 교육과정 운영 ▷피서지 독서문화시설 운영 ▷도서교환시장 ▷이동도서관 ▷독서문학기행 사업 ▷문화예술 재능기부 동아리 조성 및 활동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책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문화예술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아버지(고 신진욱 협성교육재단 설립자'전 국회의원)에 이어 정치를 할 것이란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를 할 생각이 있나?

▶30대 시절에는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했다. 선거에 두 번 도전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선친의 영향에서 비롯됐다. 그(정치) 길이 내게 주어진 길처럼 느꼈던 때이며, 자신감도 있었다. 대구에서 당선이 유력한 정당의 공천에 근접하기도 했다. 결국 좌절을 맛보았지만…. 당시 저를 아끼는 분이 하신 말씀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네가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하나님께서 들어주실 거다." 나는 이 말이 '네가 그런 마음이 부족했다'로 들렸다.

이제는 철이 들어서 그런지 정치에 대한 도전이 두렵다. 정치인 2세가 아닌, 교육자 2세로 살고 싶다. 교육자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

-고교(능인고) 1학년 재학 중 미국 유학을 갔다. 당시에는 조기 유학인데….

▶두 살 터울인 누나의 영향이 컸다. 누나는 중학생 때부터 유학을 원했고, 아버지를 설득했다. 결국 고1 때 미국에 갔다. 나도 고1 때 누나의 뒤를 이었다. 뉴욕 세인트 폴 고교에 들어갔고, 보스턴대학 및 대학원에서 공부를 했다. 내게는 좋은 경험이었다.

-선친은 어떤 분이셨나?

▶내게는 큰 산이었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셨고, 늘 도전하셨으며, 항상 절약을 강조하셨다. 남들에게는 부드러우셨지만 자신과 가족에게는 엄하셨다. 무에서 유를 만든 많은 분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싶다.

선친의 좌우명은 '머리에는 지혜가, 얼굴에는 미소가, 가슴에는 사랑이, 손에는 항상 일이 있어라'였다. 아버지는 교육사업을 하기 전에 건설업, 요업, 목축업 등을 하셨다. 맨손으로 사업을 일구셨다. 경주에서 운영하던 고아원에 불이 났다. 일부 원생들을 데리고 대구로 왔다. 그때 둥지를 튼 곳이 지금의 경북여상 운동장이다. 고아들을 고교에 진학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들을 받아주는 학교가 없었다. 그래서 학교를 세웠다.(1955년, 현재의 협성고) 전교생은 7명. 낮에는 학교, 밤에는 고아원이었다.

-삶에서 가장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은?

▶주변과의 관계가 항상 맑고 고요한 호수 같았으면 좋겠다. 신앙적인 바람이기도 하다. (그는 동심교회 장로이다.)

-사회활동이 활발하다. 자신을 위한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다.

▶바쁘게 살다가도 문득 홀로 남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 전화하면 언제든 달려오는 친구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청소년 시절에 축구와 야구를 좋아했다. 한때 축구선수를 꿈꾸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운동은 하지 않고 있다. 색소폰을 몇 년 배운 적이 있다. 색소폰 연주를 다시 하고 싶다.

◆신철원은?

▷1967년 대구 출생

▷학력=미국 보스턴대학교 졸업(국제관계학), 보스턴대 대학원 졸업(행정학 석사), 경북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정치학)

▷경력=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1994년), 협성교육재단 총무이사(1999년), 협성교육재단 이사장(2003년~현재)/ 현재 (사)새마을문고중앙회 회장, 대구사립중고등학교연합회 회장, 국제청소년스포츠축제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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