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나를 묵언 수행하게 하는 것

사람을 기른다는 것은 가장 값지고 보람 있는 일이다. 아이가 커 가는 것을 보며 사는 것이 삶이 아닌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작지만 고만고만하게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젊은 날 아이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나도 한때는 청춘을 돌려준다 해도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초보 엄마일 때는 아기가 울면 왜 우는지를 몰라서 달래다 지쳐 아기 따라 같이 울기도 했다. 그러던 아기가 말을 하고 자기주장을 내세우기 시작하면 자식 때문에 참고 이해하고 용서해야만 할 때가 수도 없이 많다. 다른 사람과 언쟁에서도 '자식 가진 어머니는 큰소리칠 수 없다'는 어른의 말씀에 따라 꾹 참아야 한다. 소설가 스탕달은 "어머니란 스승이자 나를 키워준 사람이며 사회라는 거센 파도로 나가기에 앞서 그 풍파를 막아주는 방패 같은 존재"라고 했지 않았는가. 그렇게 자식 때문에 어머니가 되기도 한다. 이래저래 세상살이에서 자식이 뒤에서 버티고 있으니까 매사에 모범이 되고자 노력한다. 그 자식들이 오히려 나를 가르치고 단련시키고 수행하게 할 때가 몇 배나 많다.

그런데 '2016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1.17명을 기록, 2026년부터는 1인 가구가 주된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대 중 1인 가구가 가장 많아지는 나라, 새 생명의 잉태도 꺼리는 나라에 사는 지금, 걱정이 태산이다. 희로애락을 함께할 공동체가 사라지고 굳이 애틋하게 살아갈 의미도 희미해진다. 현재 우리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이혼율이 높은 것도 여기에 원인이 있다. 자식이 많을수록 이혼율과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리가 자식 때문에 참고 살아야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자식을 위해 열심히 돈 벌면서 고달프더라도 삶의 끈을 부여잡고 희망을 노래하면서 사는 이유가 아니던가.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지만 먼 훗날 뒤돌아봤을 때는 그래도 자식들과 아등바등, 허겁지겁할 때가 제일 행복하지 않았던가. 아이 울음소리가 끊어지는 지금의 현실은 분명히 북한의 핵무기보다 무섭고 두렵다.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큰 재앙이다. 작금의 청소년 문제와 인륜 경시 풍조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부모가 자식의 본보기가 되고자 하고 자식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할 때 가정이 바르게 성장하고 이웃이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가 되어 국가의 미래도 밝은 것이다.

젊은 기(氣) 운운하지 않더라도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가 인내하고 용서하고 더불어 살면서 모범이 되고자 하는 것은 모두 말똥말똥 우리를 쳐다보는 저 어린아이 눈동자 때문이다.

우리를 가르치고 더 큰 사람으로 키우는 것은 우리보다 젊고 어린 그들이다. 그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들에게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도록 지금 이 시간도 노력하고 있다. 오늘도 그들이 나를 묵언 수행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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