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형산강 퇴적토 수은 문제 어떻게?

포항 형산강 퇴적물의 수은 농축 문제는 포항시의 시급한 환경 현안일 뿐만 아니라 전국적 차원에서도 수계 퇴적토 환경관리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그동안 조사에 따르면 형산강 하류의 지천인 구무천을 중심으로 퇴적토에서 고농도의 수은이 검출됐으며, 형산강으로 합류하는 지점 인근의 퇴적토도 환경기준을 초과한 수준으로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퇴적토에서 수은과 같은 독성 중금속 농축 문제는 다양한 환경오염 중에서도 대처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오염 피해가 잘 드러나지도 않고 원인이나 발생 시점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 시민들이 보기에는 문제가 드러났으면 왜 빨리 해결하지 못하는가 매우 답답한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오염의 원인이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불법배출의 결과일 수도 있고, 일회성 사고의 결과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지난 10여 년간의 배출활동을 추적하기도 어려워 정확한 원인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원인 규명과 별개로 이미 진행된 오염을 정화하고 복원하는 일도 간단하지 않다. 수은을 비롯한 중금속은 그 속성상 시간이 지나도 분해되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장기간 축적되는 특성이 있다. 오염된 퇴적토를 걷어내는 것은 일단 비용도 많이 들지만 생태복원 측면에서 최선의 대안이 아닐 수도 있다.

수계 퇴적토에서의 중금속 농축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과거 본격적으로 대응한 적이 없는 새로운 유형의 환경문제다. 단순히 폐수를 처리하거나 오염된 공기를 처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문제의 해결이 어려운 만큼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앞서 이러한 문제들을 겪고 대처해 왔던 선진국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수질, 토양오염, 화학물질 등 전문가 간 협업도 필요하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우리나라 주요 공단천 지역, 폐광산 인근 수계 등 다른 곳에서도 일반화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형산강 사례를 통해 퇴적토 오염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향후 다른 지역의 비슷한 문제에 대응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일 포항시와 한국물환경학회가 공동으로 '형산강 생태복원을 위한 수은 국제전문가 포럼'이 열렸다. 일본의 국립 미나마타병 연구원의 마쓰야마 박사, 미국 텍사스공대 석좌교수인 레이블 박사 등 국제적인 전문가들이 참여했고, 국내의 수은 및 퇴적토 전문가들, 시민단체들이 함께 참여해 주제발표와 토론을 가졌다.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 현재 형산강 퇴적토의 오염 수준에 대한 과학적 평가가 제시되었고, 퇴적토를 준설하지 않고 보다 생태친화적으로 처리하는 다양한 기술들의 적용 가능성을 토론했다.

이날 발표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인 규명과 복원 기술의 적용성을 평가하기 위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 적절한 해결 방안이 도출될 때까지 퇴적토에 농축된 수은이 생태계의 사슬을 통해서 시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로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행히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평가는 현재의 형산강 수은 오염수준은 기준치를 초과하기는 하지만 적절한 위해성 차단 조치가 이루어진다면 시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의견이었다.

형산강 수은 오염문제는 향후 국내 퇴적토 오염문제 대응을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보다 과학적인 조사와 선진국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환경친화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생태복원의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과제다. 중앙정부와 포항시가 협력하고 적절한 역할분담을 담당하는 것도 필수다. 또한 현재의 오염실태와 조사 결과에 대한 투명한 공개, 시민들과의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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