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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밤샘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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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같은 동아리 활동을 했던 동기 4명이 자리를 했다. 각기 다른 대학이었고 전공도 달랐지만, 한 가지 목표를 지향한 연합 형태의 동아리 활동에 동참했던 벗들이다. 졸업과 함께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하다 SNS의 발달로 자연히 소식을 주고받게 되었다. 만나자 하고도 한참 뜸을 들였던 50대 중반의 아저씨 4명이 드디어 지난주에 만났다. 공교롭게도 굳이 분류하자면 Y대학 출신이 둘이고, 공'사립 K대학 출신이 둘이었다. 어문학을 전공했다는 공통점이 있고 국문학, 영문학, 중문학으로 나누어진다.

졸업 후 한 사람은 기자, 한 사람은 사업, 한 사람은 고시 공부에 매달리다 현재는 학원에서 가르치고, 남은 한 사람은 나다. 우리는 간간이 소식을 주고받거나 만나기는 했지만, 넷이 온전히 만난 것은 30여 년 만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끈끈한 우정의 바탕 위에 스스럼없이 금방 친해졌다. 동아리 활동 시절 얘기며 현재까지 살아온 각자의 이야기보따리를 늘어놓기도 하고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지하철 운행시간 전에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 할 생각이었지만, 어쩌다 한반도를 감싸는 안보 위기와 관련하여 예상치 못한 논쟁에 빨려들고야 말았다. 종교나 정치 같은 민감한 주제는 될 수 있으면 회피하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끝내 2부류로 나뉘어 넘지 말아야 할 금기를 침범해버렸다. 서로 덕담했던 것은 온데간데없고, 각자의 논리로 자신의 뜻을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논쟁은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콘크리트처럼 시간이 갈수록 더욱 단단히 굳어지기만 했다. 지하철 운행도 끊겼고 시간은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가는데, 논쟁은 수습할 수 없을 만큼 깊어지기만 했다. 자칫 기분 좋은 만남이 다시는 만나지 않을 정도의 험악한 분위기로 달려가는 듯했다.

그러나 서로 치열한 논리를 펼치는 가운데, 어느 시점에서 상대 주장이 내 귀에 들어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마도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 있을 것임을 확인하면서, 상대의 말이 논리가 있고 합리적이고 적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즉시 상대의 주장을 일정 부분 전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제야 치열했던 논쟁은 건전한 토론으로 흘렀고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미 시간은 새벽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 넷은 비록 감정이 완전히 정제되지는 않았지만, 치열했던 논쟁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는 느낌이었다. 건설적인 우리의 논쟁과 토론이 서로 이해하고 상대를 배려'인정하는 양식에서 비롯되었음에 고마운 생각마저 들었다. 오랜 세월 각자의 현실에서 열심히 살아온 네 사람의 오래된 우정, 그리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교육의 힘에 감사하게 된다. 밤샘 토론은 상대를 인정하며 함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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