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대구의 한 전문대는 자체 해외취업박람회를 열었다. 일본과 호주 21개 기업이 참여한 이 행사를 통해 대학 측은 재학생 50명가량을 취업 내정시키는 성과를 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일본 기업들의 채용 태도였다. 일부 기업은 1학년생들과 미리 채용 계약을 맺고 환영식을 여는 등 '우리나라 대학생 모시기'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한국 젊은이들의 해외 취업이 활발하다. 그중에서 일본으로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은 지난해 약 4만8천 명으로 2008년(약 2만 명)과 비교해 2배 넘게 증가했다. 이런 '일본 러시'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일본 고용시장의 호황이다.
97.3%. 이는 지난해 일본의 대졸 취업률이다. 고졸 취업률은 더 높아 97.7%에 달했다. 졸업이 곧 취업으로 완전 고용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확연히 비교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월 청년실업률이 8.6%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가장 높았고, 청년층 체감실업률 또한 21.7%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증가했다. 취업난에 '3포', '5포'를 넘어 'N포세대'라는 푸념이 쏟아지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는 일본 취업률은 꿈같은 수치다.
97.3%라는 비율은 역설적이게도 일본의 심각한 구인난을 내포하고 있다. 일본 취업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일본을 자주 왕래하는 대학교수 A씨는 "일본 대졸자들은 기업을 골라간다. 특히 이공계 분야 전공자는 졸업 전에 최소 2, 3개 기업으로부터 취업을 내정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도쿄신문 보도에 따르면 취직정보사이트 '리쿠르트커리어'가 최근 내년 봄 졸업 예정인 대학생 중 취업 내정자 1천529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내정사퇴율'이 64.6%나 됐다. 내정사퇴율은 취직할 곳이 내정된 학생 중 1곳 이상의 내정 취업처에 입사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비율이다. 대학생들은 입사하라는 기업이 많아 이것저것 따져본 뒤 골라갈 정도로 취업이 쉽지만 기업들은 인력 확보에 골머리를 앓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인력을 구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일본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 선진국 중 경제적으로 가장 폐쇄적인 국가 중 하나이지만 몇 년 사이 그런 전통도 깨지고 있다. A교수 이야기로는 과거보다 일본 비자도 무척 빨리 나온다고 한다. 현재 일본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젊은 인력을 경쟁적으로 뽑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하면 '잃어버린 10년'으로 대변되듯 장기 불황을 떠올리는 우리 시각에서는 놀라운 변화다. 여러 가지 원인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이를 정리해보면 일본 내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력 감소와 '아베노믹스'로 일컬어지는 일본 정부의 과감한 경기부양책 등이 맞물렸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일각에서는 인구 구조적인 요인에 주목하기도 한다. 일본의 저출산과 고령화는 우리나라에 닥쳐올 미래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혹자는 2025년 이후부터는 우리나라의 고용시장도 크게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예측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어디에도 명쾌한 분석은 없다. 기본적인 경제 구조가 다르고 현 일본 고용시장의 호황이 경제의 선순환에 따른 결과물만도 아니다. 그렇다 치더라도 일본의 상황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파악'분석해 심각한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삼으려는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일본과 아베 총리에 대한 불편함 탓에 일본 상황을 애써 깎아내리려는 모습도 있어 안타깝다.
일본의 상황은 '타산지석'의 좋은 모델이다. 정부는 물론, 기업과 대학, 지자체 등 취업 관련 주체들이 움직여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의 우울한 현실을 뒤로하고 일본 상황을 마냥 부러워만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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