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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재산의 사유화, 중국 사회 욕망을 끄집어내다…『흥분이란 무엇인가』

중국의 농촌 풍경. 픽사베이 이미지
중국의 농촌 풍경. 픽사베이 이미지
장웨이
장웨이

흥분이란 무엇인가/장웨이 지음/임명신 옮김/문학과 지성사 펴냄

중국 작가 장웨이(張煒, 1956~)는 개혁개방과 고도성장기 중국사회의 시대상과 대자연의 아름다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작품을 주로 썼다. 은유와 풍자, 해학이 넘치며 때로는 우화, 미스터리 방식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이 책은 표제작 '흥분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20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것이다.

◆연못이 있는 수박 밭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

두 노인의 일은 수박 밭을 지키는 것이다. 달이 없는 밤이면 수박 도둑들이 나타난다. 한번은 화가 난 쉬바오처가 엽총을 쏘아 그들을 쫓아버리기도 했다. 사람을 겨냥해 쏘지는 않는다. 그럴 때면 라오류거는 "뭘 그렇게까지 정색을 하나. 훔쳐가라면 훔쳐가라지. 어차피 내 것도 아닌데…"라고 말한다.

두 노인의 수박 원두막에는 단골손님이 있다. 샤오린파라는 열두세 살짜리 소년이다. 부모를 잃고 숙부 집에 산다. 숙부도 교육에 관심이 없고, 샤오린파 역시 공부에 별 흥미가 없다. 대여섯살 때부터 바닷가에서 놀며 자랐다.

녀석은 물고기처럼 헤엄을 잘 친다. 바다에 들어가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고, 수박 밭에 물을 주기 위해 밭 가운데 파놓은 맑은 연못에서 수영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는 수박을 무척 좋아한다. 잘 먹고 많이 먹는다. 그래서 두 노인은 아이를 '수박귀신'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공짜로 먹는 것은 아니다. 바다 가물치, 문어, 소라, 게 같은 것들을 잡아오기도 하고, 고구마나 땅콩을 갖고 오기도 한다. 햇볕이 뜨거운 날에도 한번 일을 하기 시작하면 반나절 쉬지 않고 두 노인의 일을 돕는다.

아이는 수박 밭과 연못, 두 노인을 좋아한다. 노인들 역시 아이를 좋아한다. 아이는 며칠에 한 번씩 수박 밭에 들러 수박을 먹고, 물고기를 잡아오고, 노인들의 일을 거들고, 생선찌개를 끓여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두 노인이 하루는 수박을 수확하다가 검은색 껍질에 흰 무늬가 난 수박을 발견하고, 아이가 오면 같이 먹자며 생산대 경운기에 실려 내보내지 않고 따로 감춰둔다. 이전에도 검은 껍질에 흰 무늬가 난 수박을 발견했는데, 무척 맛있었기 때문이다. 두 노인과 소년은 수박 밭 원두막에서 그처럼 행복했다.

어느 날 사람이 와서 "책임 도급제가 시작될 테니 마을 회의에 참가하라"고 말한다. 회의에서 두 노인은 수박 밭을 도급받게 되었다. 책임 도급을 맡았으니 수박 밭이 자기들 것이나 다름없이 된 것이다. 연말쯤이면 최소 500위안은 벌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두 노인은 덩실덩실 춤을 춘다. 두 노인이 "이제 수박 밭은 우리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에 아이도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두 노인은 날이 밝자마자 수박 밭 둘레로 가시울타리를 치기 시작했다. (자기네들 것이 됐으니 도둑을 철저히 막기 위해서다.) 오전 일을 끝내고 점심을 먹고 평소처럼 수박을 먹을 차례였지만 라오류거는 수박을 따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쉬바오처가 수박 두 개를 따와 먹는 동안에도 라오류거는 담배만 피웠다. 라오류거는 단단히 화가 난 듯했다. 아이가 돌아간 뒤 쉬바오처가 물었다.

"류거, 어디 몸이 안 좋으신가?"

"꽈모(아이의 별명) 녀석, 반듯한 녀석은 아니라고!"

"아닐세, 꽈모는 좋은 녀석이야."

"까맣게 뺀들뺀들하게 생겨가지고, 물에 들어가면 물고기 같고, 수박을 먹었다하면 사방 군데 튀겨 범벅을 만들고…. 착실한 녀석이 그런가?"

"류거, 속이 좁아터졌구먼. 큰일 하는 사람답지 않게시리!"

"나도 자네 무슨 큰일 하는 거 못 봤구먼."

이전에는 두 노인이 그처럼 서먹한 적은 없었다. 며칠 뒤 다시 놀러온 아이가 수박을 한 개 먹고, 또 한 개를 먹겠다고 했을 때 라오류거는 못 먹게 했다. 그날 이후 아이는 원두막에 발길을 끊었다.

두 노인은 이전처럼 매일 수박 밭에 물을 주고, 밤에는 종전처럼 불침번을 섰다. 그러나 더 이상 즐겁게 할 이야기가 없었고, 웃을 일도 없었다. 쉬바오처는 시무룩했고, 기운이 없어진 듯했다. 그리고 종내에는 다른 일을 찾겠다며 수박 밭을 떠났다.

훗날 쉬바오처는 포도밭을 지키는 일을 시작했고, 아이는 포도밭으로 놀러 왔다. 아이는 쉬바오처에게 말한다. "수박이 그리워요. 그 연못이 그리워요. 그 연못의 맑은 물이 그리워요." -어느 맑은 연못-요약

◆산둥성 해안 지방에 대한 체험과 이해 돋보여

앞의 작품 '어느 맑은 연못'은 중국 사회가 공유재산에서 사유화로 바뀌면서, '사유'에 대한 욕망과 '공유'의 기존 체질이 충돌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표제작 '흥분이란 무엇인가'는 10대 시골 소년들의 하루를 그린다. 아이들이 놀이 중에 나누는 잡담(떠도는 소문)을 통해 당시 중국의 사회 모순을 보여준다.

'음성'에서는 새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지식과 자기실현에 대한 동경과 젊은이들의 순수한 욕구가 서정적으로 펼쳐진다. '해변의 눈'에서는 해변 마을에 사는 두 나이든 어부의 가난한 삶과 돈벌이에 열을 올리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생활 태도를 대비시킨다. 두 노인의 삶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은 장웨이 문학의 휴머니즘을 구성하는 주요소다.

'겨울 풍경'은 산업사회와 무관하게 대자연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한 늙은 어부의 불우하고 처연한 삶을 담담히 전한다. 휴머니즘, 권력에 대한 분노, 그리고 작가의 산둥성 해안 지방에 대한 깊은 체험과 이해가 돋보인다.

'나 홀로 전쟁'은 일본 패망 이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까지 국공 내전기에 국민당, 공산당, 비적, 3자의 틈새에서 어영부영 공산당 영웅이 된 어느 젊은이의 행적을 서늘하고 코믹하게 그려낸다. 400쪽, 1만5천원.

▷지은이 장웨이는…

중국 산둥성 룽커우시에서 태어났다. 고교 진학 대신 고무공장에서 일했으며, 나중에 중등교육 과정을 이수한 뒤에도 농업과 어업에 종사했다. 그의 작품에 바닷가 마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고향이 바닷가인데다 어업에 종사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과 현대 산업화를 우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아마 룽커우시 앞바다가 1990년대 급격하게 오염되어가는 모습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장웨이는 문화대혁명과 고도성장기 중국의 사회모순과 천민자본주의적 시대상을 비판하고 '인간에 대한 성찰'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중국 현대문학의 한 축을 보여준다. 1984년 '어느 맑은 연못'으로 중국작가협회 주최 전국우수단편소설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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