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AT 여러번 실시 좋은 성적 제출
한국은 추위에 떨며 수능 한번치러
진정한 천재 입시 지옥에 썩어들어
대학별 자유로운 입시제도 세워야
한 사회의 지도자들을 양성하기 위하여 대학이 있다. 전공이 무엇이든지 간에 대학 출신이 사회에 나오면 어느 분야에서나 지도적인 위치에 서게 된다. 사람이 태어날 때 누구나가 똑같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사정은 다르지만 우등생도 있고 열등생도 있다. 그래서 사람 사는 세상이 고르지 못한 것이다. 회사에는 사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장도 있고 과장도 있고 말단사원도 있다. 어느 시대나 상황은 비슷하다. 모스크바나 베이징의 공산당 당사에는 서기장이나 주석만 있는 게 아니고 문지기도 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어느 사회에나 상하는 있기 마련이다. 사장과 사원 봉급이 꼭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차별은 있기 마련이다. 당 대표가 쓰는 판공비를 당원도 다 똑같이 쓰겠다고 나서면 그 정당은 유지되기 어렵다.
대학이 있는 것은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날 때부터 자질이 뛰어난 어린이가 있는 반면에 뛰어나지 않은 보통 어린이의 수가 압도적이다. 대학이 아무나 가는 고등교육기관이 아니고 지도자가 될 만한 우수한 사람들이 대학에 가야 한다는 것은 서구의 대학들이 이미 그 본보기로 우리에게 보여준 셈이다. 대기업의 총수나 국가원수의 아들일지라도 성적이 매우 떨어지면 대학에 갈 생각을 안 한다. 그 반면에 학업 성적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젊은이들, 집이 가난해도 대학에 다닐 수 있고 학업을 마치면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머리가 그리 좋지도 않고 집안이 그리 넉넉하지도 못하지만 부모는 그 아들'딸을 기를 쓰고 대학에 보내려고 하니 해마다 줄잡아 60만 명이 수능시험에 응시하게 된다. 대학이 다 받을 수도 없거니와 대학에 들어갈 만한 자질이 없는 젊은이들도 다 응시하기 때문에 해마다 엄동설한에 한 번 실시되는 수능시험이 지옥과 다름없다는 말이 나돌게 마련이다. 1년에 두 번도 아니고 꼭 한 번만 보는 수능시험, 그날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프면 수험생들은 그 사실 때문에 인생 자체를 망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 같은 나라의 SAT는 내가 알기에 한 해 여러 번 실시되고 그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가지고 지망하는 대학에 제출하면 되는데 그 테스트가 그 학생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SAT 점수는 대학 입학처가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것뿐이다.
고3 젊은이들이 또는 재수생, 삼수생들이 무슨 죄가 많아서 그 추위에 떨면서 그 시험을 봐야 하는 것일까? 프랑스 같은 나라도 국가고시가 있다. 그러나 그 시험은 극소수만이 응시할 자격을 갖는 것이므로 나머지 학생들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수험생들만 시달리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아들'딸을 대학에 보내야 하는 부모의 입장은 또 어떤가? 그 아이들의 어머니는 아이들의 과외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사입어 보지 못한다. 원하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그 고생의 보람은 있다고 하겠지만 아이들이 일류대학에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못한 부모들의 고생은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어찌하여 각 대학의 총장들이 모든 학생들의 입학을 책임지지 않고 국가가 맡아서 좌지우지하는 것인가. 파탄을 면치 못할 이 나라의 대학 입시제도는 여기저기서 그 병든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인이 모두 천재라고 알고 있던 영국의 시인 '쉘리'는 수학, 물리, 화학은 전혀 흥미도 없고 재능도 없어서 옥스퍼드 대학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나이 18세에 '나의 침실로'라는 위대한 시를 읊은 대구의 시인 이상화는 뭇 사람의 칭송의 대상이 됐지만 그런 위대한 시인에게 미분, 적분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라고 강요하면 그는 그 일을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탁월한 시인으로의 길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대학 입시 때문에 왜 이렇게 많은 국민들에게 보람 없는 고생을 시키는가. 젊은이들에게 강요된 입시 지옥으로 인하여 진정한 천재와 수재들이 숨도 쉬지 못하고 썩어가고 있음을 알고 당국은 대학별로 자유로운 입시제도를 세우는데 그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김동길 단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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