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저출산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지 이미 오래다. 사람들은 청년들의 취업이 잘되지 않아 결혼을 못하고, 그러니까 아이를 낳을 기회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최근 국세청의 발표는 전혀 예상 밖의 또 다른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결혼한 지 5년이 안 된 신혼부부 중 부부합산 소득이 1억원 이상인 고소득 부부의 경우 '절반가량'이 '아이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부부 합산 연봉이 3천만~5천만원인 경우 자녀가 없는 비중은 33.5%에 그쳤다. 소득이 아주 높은 신혼부부일수록 아이 낳기를 꺼린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가 많은 곳이 그래도 경제가 좋다는 서울(43.5%), 경기(36.9%), 인천(36.7%) 순이었다. 기이하게도 우리나라는 소득(경제)과 출산율이 반비례하고 있다.
반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신혼부부의 출산율은 소득이 아니라 주택소유 여부와 상관관계가 높았다. 내 집을 가진 신혼부부는 67.8%가 출산을 한 반면, 내 집이 없는 부부는 60.5%만 자녀를 낳았다. 과거에는 소득이 높을수록 부동산(집)을 소유해 자녀를 낳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소득과 부동산 소유 여부가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소득이 높은데 집을 소유하기 어렵다? 이 의문은 의외로 간단히 풀렸다. 고소득자들이 선호하는 서울 강남의 '집값 담합'에 관한 기사에 답이 나와 있었다. 소위 '집값 지키기 운동본부'라는 곳에서 제시한 가격이 ▷34평: 19억원 이상 ▷35평: 19억5천만원 이상 ▷36평: 20억원 이상이었다. 이쯤 되니 아무리 고소득 신혼부부라 하더라도 아이 낳기가 겁나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연소득이 높은 신혼부부일수록 맞벌이나 전문직'관리직이어서 출산과 양육이 더욱 부담스러울 가능성도 크다.
요즘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일·생활 균형)이 대세다. 출산휴가'육아휴직'유연근무제 등 가족친화적인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과 기관에 정부는 인증과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대구에도 3년 사이에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기업이 4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그래도 대구 남자 3명 중 1명은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지 못하고, 69.4%가 주 5일 근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오래 붙잡아 둔다고 생산성이 높아지던 시대는 오래전에 갔다. 경영자들은 회사의 경쟁력 강화와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워라밸 2018'이 되도록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대구는 서울만큼 그렇게 집값이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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