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 범안로 '혈세 먹는 하마' 지적에 이어 비리 온상까지

대구의 민자도로 가운데 하나인 범안로(수성구 범물동~동구 율하동) 운영 업체의 전 대표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그런데 횡령한 돈의 대부분이 대구시로부터 받은 지원금이라는 사실이 놀랍고 개탄스럽다. 안 그래도 '혈세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는 민자도로 사업이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마저 드러나면서 민자도로 사업 전반에 대한 불신감도 커지고 있다.

대구의 민자도로 대부분이 그랬듯 범안로 사업도 첫 단추를 잘못 뀄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민간투자 방식으로 2002년 개통될 당시 시비 571억원이 투입됐으며, 이후 교통량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해 매년 200억~447억원의 예산이 적자 보전 명목으로 운영 업체인 대구동부순환도로㈜에 지원됐다. 지원금 규모가 과하다는 여론이 일자 대구시는 2012년 협약을 변경했지만 아직도 지원 액수가 매년 100억원에 이른다.

정작 통행료 수입 부족에 허덕인다던 대구동부순환도로㈜ 내부에서는 시 지원금이 줄줄 새고 있었다.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임직원에게 지급된 급여'상여금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이 업체의 전 대표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9억원이나 되는 공금을 빼돌렸고 하청업체로부터 7천700만원의 리베이트도 받았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검찰은 공무원들의 범행 연루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고 하는데 세금이 빼돌려진 중대한 범죄인 만큼 공무원에 대한 수사 확대는 불가피한 일이다. 공무원이 범죄에 연루됐다면 마땅히 사법조치해야 하고, 비리가 없었더라도 감시'감독을 태만히 한 사실이 드러나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범안로 무료화를 추진하고 있는 대구시는 2022년에 운영권을 넘겨받는 대신 800억~900억원으로 추산되는 이양 비용을 대구동부순환도로㈜ 측에 지불하기로 한 바 있다. 매년 100억원씩의 지원비까지 합산하면 앞으로도 막대한 예산이 범안로에 투입될 예정인 셈이다. 재정 지원금과 관련된 비리가 적발된 이상 대구시는 현재의 재정 지원 규모와 이양 비용이 과연 적정한지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으며 협약을 수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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