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정이 밥 먹여준다] (1) 안동-극단 광장

"지역 콘텐츠로 롱런 연극 만들고 싶어요"

연습실에서 공연 리허설 중인
'극단 광장'의 킬러콘텐츠, '책벌레가 된 멍청이' 공연 직후 단원들.
연습실에서 공연 리허설 중인 '극단 광장' 단원들.

#1. 안동문화예술의전당 백조홀

지난달 3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백조홀에서 열린 가족뮤지컬 '책벌레가 된 멍청이'는 3회 전석 매진이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이끌었다. '극단 광장'이 2010년 첫선을 보인 '책벌레가 된 멍청이'는 처음엔 그저 어린이 연극이었다. 지금의 가족뮤지컬이 되기까지 여러 차례 실험적 도전이 있었다.

배우들은 관객의 반응을 놓치지 않고 조금씩 바꿨다. 극 중 한국무용을 넣어도 보고, 힙합도 접목해 봤다. 무대 배경을 다채롭게 꾸미려 미디어 파사드도 시도했다. 최신 트렌드를 입혔다 벗겼다 뒤집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거듭 바뀐 '책벌레가 된 멍청이'는 이제 가족뮤지컬로 관객들과 만난다.

#2.극단 광장 연습실

안동시 목성동 이들의 연습실에서 조현상 대표, 김봉건, 이경민, 황지현 씨를 만났다. 1998년 6월 창단해 안동에서 역사가 가장 깊다고 했다.

"연간 2, 3회 공연이 있어요. '책벌레가 된 멍청이'를 기본적으로 매년 무대에 올리죠. 2017년에는 '대왕은 죽기를 거부했다'로 정기공연을 했고요. 2016년엔 '아름다운 사인(死因)'을 무대에 올렸죠. 보통은 지역과 관련 있는 작품을 골라요. 징비록, 이육사, 이상룡 등 안동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아요. '책벌레가 된 멍청이'도 조선 숙종 때 실존인물 김안국을 소재로 한 작품이죠."

극단 멤버는 22명, 이 중 2년간 4회 이상 공연한 이들에게 자격을 준다는 한국연극협회 회원도 15명이다. 누구나 회원이 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배역이 넉넉하지 않을 때도 있어서다. 3명만 무대에 오를 때도 있었다. 무대에서의 짧은 순간도 소중한 까닭이다.

"대구경북 연극판에는 서울 대학로 등에 갔다가 되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죠. 오히려 지역은 기회의 땅이에요." 아이들에게 연극놀이를 가르치며 연극 무대에 선다는 김봉건 씨의 말이다.

극단에서 연기를 전공한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20세 전후에 연극과 인연을 맺은 이들이 대다수다. 이들은

"관객을 앞에 둔 무대에 서는 게 최고의 연습이자 실력 발휘의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공연 준비 기간만 2, 3개월이에요. 사생활이 없어지죠. 배역에 몰입해 연기하고 관객의 시선을 받을 때는 온몸에 전율이 흘러요. 몸이 부서질 것 같은데도 밤 9~12시까지 연습을 해요. 하루 4회 공연이 있다 해도 무대에 오를 겁니다. 관객들이 배우를 주목할 때 힘이 생기죠."

방송리포터로 일하고 있는 이경민 씨의 말이다. 극단이 재능 있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을 선호하는 이유다.

#3.연습실 벽면

연습실 벽면에 발성 연습표가 붙어 있다. 초심자를 위한 것이다. 취미 삼아 이곳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도 적잖다. 배에서 소리를 끌어내는 발성은 연극의 기본. 하지만 발성을 힘겨워하면 다른 부분에 재미를 느끼도록 유도한다. 성대모사를 통한 대본 읽기 등 여러 방식으로 바꿔 시도해 본다. '즐기는 연극'을 위해서다.

극단 광장의 조현상 대표 역시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기 위해 연극을 시작했다. 연기를 하는 동안에는 모두가 그를 주목했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들을 설레게 하고 기쁘게 만드는 게 연극의 매력이죠. 역할을 충실히 한 뒤 느끼는 희열도 크고요. 연극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은 부담 없이 노크해 주세요."

이들의 비전과 목표가 궁금했다. 20년 차 베테랑 황지현 씨가 말했다.

"우리 지역에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있잖아요. 저희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무대를 만드는 게 목표죠. 스스로 극본을 쓰고, 연출도 해서 10년 정도 롱런하는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래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고, 이 아름다운 예술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거죠."

'극단 광장' 문의=조현상 대표 010-9401-5096.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