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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문화재 환수운동 확산] 청와대 '미남석불' 반환 검토…'문화재 분권' 목청 높아진다

작년에 안동 하회탈, 병산탈이 반세기 만에
작년에 안동 하회탈, 병산탈이 반세기 만에 '귀향'하면서 각 자치단체에서는 '내고장 유물 환수운동'을 벌이고 있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경주황남대총 금관, 김천 갈항사 터 동·서 삼층석탑, 대구선화당 측우대. 매일신문 DB

안동, 상주에서 첫발을 디딘 문화재 환수운동이 곧 경주에서도 결실을 맺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경주시민들의 숙원인 청와대 경내의 '미남석불'(석불좌상) 현지 반환을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동안 중앙정부에 의해 부당하게 징발당한 문화유산을 회복시켜 달라는 자치단체들의 요구는 이제 분권화 차원으로 점화되고 있다.

영남문화재연구원 박승규 전 원장은 "2018년의 화두가 지방분권인 만큼 중앙기관들도 그동안 누렸던 배타적인 특권을 내려놓고 독일처럼 철저한 분권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지역에도 첨단시설을 갖춘 박물관이 들어서고 전문인력도 갖춘 만큼 '문화 분권'을 통한 문화재 양극화 해소에도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다.

◆대구경북 중요문화재 어떤 것들이 있나=과거 외지로 반출된 대구경북의 문화재는 현황조차 파악이 어렵다. 일제강점기 때 발굴된 수많은 지역 유물들이 지방에서는 관리, 보존이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 서울로 보내졌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에도 고분 등 문화재 발굴을 국가기관이 주도하면서 유물의 연구, 활용, 소유권이 대부분 국유로 돼 있는 상태다.

최근 청와대 경내에 있는 석불좌상(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4호)을 본거지인 경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명 '미남석불'로 불리는 이 불상은 일제강점기 데라우치 총독이 경주 순시 중 수려한 '용모'에 반해 '강제 기증'을 받았다는 부처상이다.

이 외 경주 감산사 석조아미타여래입상, 김천 갈항사 터 동'서 삼층석탑(국보 제99호), 경상감영에서 제작한 목판 '영영장판'(嶺營藏板, 서울대 규장각 소장), '안동본 훈민정음'(국보 제70호, 간송미술관 소장)도 타지에 반출된 지역의 국보급 문화재다.

1956년 와룡산 자락에서 도굴된 '조형안테나식동검'(호암미술관 전시)도 지역 환수를 바라는 보물 중 하나다. 한반도 청동기 문화 뿌리가 중국이 아닌 북방 스키타이 계열임을 증명하는 유물로 선사시대 대구가 유라시아-중국-일본을 연결하는 주요 루트였음을 입증하는 자료다.

◆문화재 환수 위한 자치단체 노력=대구경북의 지방자치단체'시민단체들은 2011년부터 '우리문화재환수운동본부' '상주시문화재환수추진위' '경주문화재제자리찾기시민운동본부'를 발족시키면서 반환운동을 주도했다.

경상북도, 김해시, 익산시 등도 국립박물관이나 대학박물관, 기타 발굴기관 등 타지 기관에 소장된 문화재 찾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16개 시군으로 구성된 가야권 지자체들은 작년 가야문화재 되찾기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올해 4월부터 전문가팀을 꾸릴 예정이다.

실제적 법효력을 갖는 조례 제정에 나선 지자체도 있다. 2017년 충남도의회는 '국외 문화재 보호 및 환수 조례'를 통과시켰고, 경기도의회도 고려오층석탑과 벽제 육각정 환수를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지역 문화재는 본래 제자리로 돌아가는 게 이상적이다'라는 자치단체의 주장은 '유물들이 원위치에 있어야 지역 문화사가 복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당연하다.

근래 이런 자치단체의 노력과 제도 마련이 문화재 환수로 연결되고 있다. 상주시는 2016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던 '황희 정승 영정'을 상주박물관으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개인 소장가와도 접촉해 사헌부 감찰교지 등 지역 관련 문첩 170점을 기증받았다.

작년 12월 안동민속박물관 수장고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안동 하회탈과 병산탈도 지자체, 시민단체, 문중의 반환운동의 결과였다. 그동안 안동시는 하회탈을 맞기 위해 목재문화재 보관전용 수장고 내 항습시설과 화재예방 설비 등을 점검하고 국보가 격납될 밀폐장을 설치하는 등 수장'보관시설의 최적화를 완료했다.

지자체에서 문화재 환수를 최초로 실현시킨 상주문화재환수추진위 강용철 위원장은 "막무가내로 '우리 것 내놔라' 하는 것보다 환수대상 목록을 작성하고, 그다음에 법 절차나 소장자의 협조 여부 등을 따져 우선순위를 정한 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영남문화재연구원 박승규 전 원장은 "외국에서는 문화재 진품을 출토지에 전시하고 모조품을 중앙에 전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동안 우리 문화재 정책은 '반분권적'이었다고 밝혔다. 또 "지역 문화재 환수운동의 저변에는 지방분권 외에 '문화재 분권'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며 "중앙정부에서도 이런 지역 요구에 대한 태도나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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