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신천동에 사는 강모(59) 씨는 도시철도 1호선 동대구역에서 내릴 때마다 화가 치민다. 동대구역 외부 출입구 3곳이 모두 동대구역 광장 쪽으로만 나 있기 때문이다. 집이 있는 신천동으로 가려면 동대구역 광장으로 나와 100여m 떨어진 횡단보도를 건너야만 한다. 강 씨는 "다른 도시철도역과 달리 동대구역은 왜 이렇게 지었는지 모르겠다"면서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민원을 제기해도 별다른 계획이 없다고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도시철도역사 중 일부는 이처럼 도로 한쪽에만 출입구가 있다. 이른바 '편측설계'다. 편측설계는 지하공간에 자리 잡은 도시철도역을 도로 중앙이 아닌 좌'우측 중 한 곳으로 몰아서 설계하는 것을 뜻한다.
1호선 대구역과 2호선 만촌역이 편측설계돼 있고, 1호선 반월당역과 2호선 죽전역 등도 개통 당시에는 출입구가 도로 한쪽에 몰려 있었지만, 이후 출구를 다시 냈거나 현재 조성 중이다.
이처럼 설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반대편 공간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는 중구 반월당역이다. 반월당역은 1호선 설계 당시에는 출구가 모두 남쪽에 있었지만 2호선이 들어서면서 북편에 출구가 났고. 출구수가 23개에 달하는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그러나 확장 계획이 무산돼 상당 기간 애초 설계 그대로 남은 곳도 있다. 수성구 만촌네거리의 2호선 만촌역은 수성구청 방향으로만 출구가 나 있어 보행자 불편이 상당하다. 설계 당시 순환선인 도시철도 4호선이 조만간 착공할 것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4호선 계획이 기약없이 미뤄지면서 조성 당시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편측설계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출입구가 특정 방향에 치우쳐 이용객들이 상당한 거리를 우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대구역 인근 신천동 주민들은 대구시와 대구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집단 민원제기도 준비 중이다. 동의서를 제출한 주민만 100여 가구가 넘었다.
이용객 불편이 커지면서 출입구 구조를 개선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5월부터 155억원을 들여 2호선 죽전역 반대편에 출구를 내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애초 두류역과 죽전역을 잇는 지하상가 조성 계획이 있었지만 민간 투자 유치가 수포로 돌아간 탓이다. 도시철도공사는 출구를 내달라는 민원과 안전 등을 이유로 출입구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동대구역과 대구역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도시철도공사 측 설명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KTX역과 인접한 도시철도역은 지하로는 철도가 지나고 지상으로는 철도역사와 가까워야하는 등 건축 특성상 까다로운 부분이 많아 다른 장소에 출입구를 마련하기 어렵다. 동대구역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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