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소방차 진입 막는 불법 주정차, 제도·시민의식도 달라져야

대구소방안전본부가 이달부터 화재 등 긴급출동 현장에서 소방차 진입을 가로막는 불법 주정차 차량을 강력히 단속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에서 일어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불법 주정차 차로 제때 진화를 하지 못해 대형 인명 피해를 낸 데 따른 일이다. 불법 주정차 차량을 지금처럼 그대로 두고는 화재의 신속한 진압은 물론 똑같은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어서다. 참사 교훈을 잊지 않으려는 불가피한 조치인 셈이다.

소방 당국의 불법 주정차 단속 필요성은 절실하다. 제천 참사 이후 각 지자체별로 최근 실시한 소방안전 점검에서도 여전히 각종 소방법 위반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소방본부는 대형 복합스파건물 22곳을 긴급 안전점검한 결과, 9개 업소(40%)에서 14건의 위반을 적발했다. 경북소방본부도 122곳 가운데 26곳(21%), 31건의 위반에 대해 행정 조치했다. 이런 사정은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은 319곳 가운데 120곳(38%)의 위반 사항 330건을 조치했다.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화재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 점검 결과이다.

이처럼 화재 위험성의 상존으로 긴급 출동에 필요한 공간 확보 조치는 어쩔 수 없다. 긴급 출동과 소방 차량의 적소(適所) 주차로 신속한 진압이 힘들면 첨단 진압 장비도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우선 대구 소방 당국의 주정차 특별금지구역 100여 곳 지정과 관련 기관의 합동 단속은 마땅하다. 비록 지난해 3월 발의돼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았지만 특정 장소를 주정차 특별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제출된 까닭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조치를 성공시키려면 할 일이 많다. 먼저 특별금지구역의 합리적 지정이다. 민원이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도심의 부족한 주차 공간과 이해 때문이다. 시민이 공감할 공정하고 합리적인 잣대 마련이 필요한 까닭이다. 성숙하고 앞선 시민 의식도 따라야 한다. 공익을 위해 개인적 불편을 참고 금지구역 주정차를 삼가야 한다. 당국의 엄정한 단속과 집행도 뒤따라야 한다. 제도 정착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 여부도 있다. 하나같이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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