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대표곡을 한눈에 가려내기란 매우 어렵다. 1977년 42세로 사망하기까지 20여 년간 부른 수많은 노래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빌보드 'Hot 100' 1위에 오른 노래만도 자그마치 17곡이다. 1950~70년대를 주름잡은 스타의 음악 세계를 단지 몇몇 노래로 평가하거나 단정 짓는 것도 무리다.
그 수많은 노래 가운데 1969년 발표한 '인 더 게토'(In the Ghetto'빈민굴에서)는 엘비스의 삶에서 독특한 위상을 가진 곡이다. 드물게도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그의 첫 노래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눈이 흩날리는 춥고 흐린 시카고의 아침, 한 불쌍한 아이가 빈민가에서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이 곡은 가난과 좌절, 젊은이의 분노 등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울림이 꽤 크다.
'게토'는 종교나 인종적 차별로 생긴 강제 격리 구역이다. '유대인이 흑사병을 옮긴다'는 소문이 돌면서 16세기 베네치아에 유럽 최초의 게토가 생겼다. 20세기 나치의 게토는 악몽 그 자체였지만 1960년대 들어 도시 빈민가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맥 데이비스가 만든 이 노래의 원 제목도 그런 분위기와 감정을 담아낸 '악순환'(The Vicious Circle)이다. 그는 더럽고 가난한 동네 아이의 삶과 운명을 관찰자 시각에서 썼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과 혼란을 보면서 문득 이 노래가 떠오른 것은 이 열풍 같은 소동이 단지 욕망을 넘어선 새로운 세계로의 탈출을 꿈꾼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서다.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맞서는 투자자의 거센 항변은 'People, don't you understand'(이봐요, 모르겠어요?)라는 노랫말과도 통한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고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게토에서 누군가 내지르는 절실하고도 단호한 목소리다. '먹여 살려야 하는 입이 하나 더 느는 상황을 원치 않는 엄마의 눈물'과도 같은 절규다.
우리 사회에 가상화폐에 모든 것을 건 젊은이가 이토록 많은 것은 '흙수저'의 마지막 탈출구로 여기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에는 청년들이 생각하는 빈부 양극화나 악순환, 고착화된 계층 구조 등 게토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문제는 가상화폐가 도박이든 아니든 반드시 큰 대가가 뒤따른다는 점이다. 아무리 부정해도 가까운 미래에 맞닥뜨려야 할 불편하고도 두려운 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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