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Medivalley가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1) 인공지능의 새빨간 거짓말

AI, 거짓말도 척척

김영호 경북대학교 겸임교수
김영호 경북대학교 겸임교수

거짓말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이라 생각했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인공지능(AI)이 거짓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거짓말 전문가 파멜라 메이어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10~200번 정도 거짓말을 한다. 하얀 거짓말, 빨간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색깔도 다양한 거짓말을 우리는 창의적으로 마음껏 지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어떤 거짓말을 할까? '거짓말하는 인공지능이 발달하여 언젠가 우리 모두를 속이고 지배하면 어쩌나'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벌써 거짓말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해버렸다. 요즘 인공지능이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그 현장을 들여다보자.

◆밥 먹듯이 거짓말하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을 그냥 놔둔다고 거짓말하는 실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거짓말하는 인공지능을 사람들이 일부러 개발한 것이다. 최근 페이스북 연구팀은 거짓말을 배우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봇(bot)이 책, 모자, 농구공을 가지고 흥정을 하면서 거짓말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 흥정을 통해서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갖기 위해서는 내 속마음을 감추고 때로는 거짓말도 하게 된다. 인공지능 봇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숨기고 원하지 않는 것을 원하는 척하고 나중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지못해 드러내는 흥정의 기술을 배우고 있다. 이처럼 페이스북은 몇 년 전부터 개인과 기업을 대신해서 협상해 줄 인공지능 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 인공지능은 밤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고 계속해서 배우며 실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또한 캐나다의 라이어버드 회사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모방해서 똑같이 내는 인공지능을 2017년에 개발했다. 이 회사에서 개발한 라이어버드 알고리즘은 단 1분짜리 목소리 녹음 파일만 있으면 그 사람의 목소리를 그대로 흉내내서 만든다. 심지어 화내는 소리와 같은 감정 섞인 목소리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 가짜 영상도 만들어낸다. 인공지능이 오바마 대통령이 나온 영상을 14시간 학습한 후에 음성, 입 모양, 고갯짓, 턱 모양 등을 모방해서 합성한 후에 가짜 오바마 대통령 영상을 만들었다고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이 2017년에 발표했다. 인공지능이 만든 가짜 영상과 진짜 영상을 나란히 놓고 봐도 어느 것이 가짜 영상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거짓 목소리와 영상을 만들고 거짓말을 하며 협상하는 인공지능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멀지 않아 이러한 인공지능의 거짓말 실력이 부쩍 자라서 다양한 분야에 실제로 사용된다면 그 파장이 무척 클 것이다.

◆족집게처럼 거짓말 잡는 인공지능

거짓말하는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사람의 거짓말을 잡아내는 인공지능도 개발되고 있다. 보통 사람이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알아차리는 확률은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2015년 미시간대학교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75% 성공률로 거짓말을 맞힌다. 미시간대학교 연구팀은 미국에서 실제 진행된 120회 재판 영상을 사용하여 피고와 증인들의 모습을 분석했다. 그들의 증언 내용을 글로 적고 머리, 눈, 눈썹, 입, 손 등 신체 움직임을 분석해서 횟수를 세었다. 이러한 데이터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입력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특징을 파악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거짓말을 잡는 인공지능이 개발되었다.

또한 사람이 컴퓨터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방식을 파악하여 거짓말을 탐지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이탈리아 파도바대학에서 2017년에 개발되었다. 파도바대학 연구팀은 60명의 대학생들에게 절반은 진실을 답하도록 하고 나머지 절반은 거짓을 답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학생들이 질문에 답할 때의 마우스 커서 이동거리를 조사했다. 진실을 답할 때 마우스 커서가 답변을 향해 똑바로 움직인 반면 거짓을 답할 때에는 마우스 커서가 구부러지게 움직여서 이동거리가 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으로 거짓말을 탐지할 수 있다.

◆아직은 거짓말탐지기!!

약방의 감초처럼 거짓말을 말할 때 거짓말탐지기를 빼놓을 수 없다. 입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도 신체의 다른 부분들은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무의식적으로 계속 보내고 있다. 바로 이 미세한 생체신호를 감지하여 거짓말을 잡아내는 것이 거짓말탐지기다. 피검사자가 질문에 답을 하는 동안 계속 혈류, 심박, 호흡, 피부 반응 등의 변화를 체크한다. 거짓말을 할 때 심장이 빨리 뛰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것과 같은 생체신호의 변화를 잡아서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특히 거짓말탐지기는 미세한 생체 반응도 수천 배 증폭해서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인 방법으로서 신뢰를 얻고 있다. 2009년에서 2012년까지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거짓으로 드러난 것과 최종 유죄판결을 받은 것을 비교하면 90.5%가 일치하였다. 이러한 거짓말탐지기 결과는 법적인 증거 능력을 갖지는 못하지만 중요한 수사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거짓말을 하는 인공지능과 거짓말을 잡는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의 재능이 사람을 위한 협상, 교육, 질병치료, 소통, 범인검거, 게임 등과 같이 좋은 용도로 사용될 것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나쁜 의도로 사용될 위험성도 존재한다. 인공지능이 다른 사람을 사기 치는 데에 이용되면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이 거짓말해서 발생하는 문제의 책임은 누가 질까? 등을 이제 고민해봐야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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