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94.6%가 "사직서 충동"
대졸 4명 중 1명은 1년 못 버텨
일·여가 균형 우선 가치로 여겨
'무엇을 할 것인가' 결정 가장 중요
직장 다니며 준비하고 테스트
회사 최대한 활용하고 바이바이
직장인들은 늘 가슴에 사표를 품고 산다고 한다. 야근 37.3%, 상사나 동료와의 마찰 37.2%, 좋은 회사로 이직한 동료를 볼 때 17.8% 등의 이유로 직장인들의 94.6%가 사직서를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껴봤다고 답했다. 물론 각자 처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정작 사표를 내기란 마음만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퇴사를 실천에 옮기는 이들이 늘면서 지난해에는 직장인 최고의 신조어 중 하나로 '퇴준생'이 올랐다. '취업준비생'과 비슷한 의미로, 퇴사를 마음먹고 미리부터 하나하나 준비를 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누구나 살면서 퇴사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세상
'퇴사'는 회사에서 은근히 떠밀리는 중장년층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중 27.7%가 입사 1년 안에 퇴사한다. 4명 중 1명 이상이 1년을 못 버티고 그만둔다는 이야기다.
워낙 일자리가 없다 보니 취업하기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고들 하지만, 그 어려운 취업문을 통과해서 고작 1년 안에 그만둔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일과 삶의 균형, 그러니까 '워라밸'에 꽤 중요한 가치를 둔다.
하지만 직장에서 연차가 올라갈수록 사내 정치다, 승진이다, 실적이다 신경 쓸게 더 많아지는 상황에서 '이러고 살아서 뭣하나, 내가 이 회사에서 얼마나 출세할 건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열정은 번아웃, 월급은 로그아웃'이다 보니 인생에서까지 삼진아웃 되지 않기 위해 고민고민 끝에 퇴사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퇴사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면서 지난해 서점가에서 퇴사를 다루는 서적 판매량이 2016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2000년대 초반 서점가를 장악했던 경제, 경영, 자기계발서의 자리를 이제는 퇴사 관련 서적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라는 강렬한 제목의 영화가 개봉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개봉 8일 만에 3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직장인들의 퇴사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를 대변해 보였다.
기성세대들은 요즘 사람들이 너무 참을성이 없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고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삶에서 어떤 것에 더 가치를 두느냐에 대해 젊은 세대들이 기성세대와는 다른 기준을 가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행복과 풍요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회도 달라졌다. 예전처럼 이 악물고 꾹 참고 버틴다고 보상이 돌아오는 시대는 지나갔다.
고용 구조 자체가 '평생 고용'에서 '유연한 고용'으로 변해가고 있는데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 이상은 퇴사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준비 없는 퇴사는 금물
직장인 누구나 꿈꾸는 최후의 한 방 '퇴사'. 하지만 '퇴사'는 아무 계획도 없이 막연하게 시도해선 안 될 일이다. 퇴사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퇴사학교'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퇴사는 절대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퇴사는 궁극적으로 내 삶의 방향성과 자생력을 찾아나가는 활동이다. 그래서 "또 다른 도전을 위한 퇴사든, 이렇게는 못살겠다 싶어 하는 퇴사든 치열하게 준비하고 충분히 고민한 뒤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퇴사 후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면 의지와 상관없이 재취업이나 창업에 필요한 시간이 너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계획은 필수다. 퇴직금 한도 내에서 이직이나 창업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만약 '여행 다녀온 후에 고민하지 뭐' 이랬다가는 어느새 텅텅 빈 통장 잔고만을 마주할 수 있다.
책을 통해 도움을 받아도 좋다. 일본의 칼럼니스트 이나가키 에미코가 쓴 '퇴사하겠습니다'라는 책은 거의 바이블로 불린다. 이 책은 준비 없는 퇴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하고 있다. 그녀의 퇴사 이유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행복한 삶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다.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는 책은 반대로 좀 부족한 것이 있더라도 한번 부딪쳐보자는 용기를 가지게 해주는 책이다.
특히 '혹 떼려다 혹 붙였다'는 속담처럼 괜히 이직이나 퇴사했다가 오히려 더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 10명 중 7명이 '퇴사한 전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더구나 이들 중 절반은 실제로 전 직장에 재입사 지원을 하기도 했다.
퇴사를 고민하는 것이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더 희망을 갖게 하는 이유가 되어주기도 한다. 일종의 역설의 마법이다.
내가 언젠가는 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는 순간, 이 회사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과 내가 퇴사하기 전에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 절대 잃고 싶지 않은 사람들 등에 대한 욕심이 생겨나게 된다.
또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내가 만약 퇴사 후 다른 선택을 할 때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해 주는 가장 좋은 학교가 된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게 됐을 때는 '이런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 목록에서 제외해야지'라고 생각하면 되고, 직장 상사와 트러블이 있을 때는 '이렇게 사람을 대하는 상사가 있는 곳은 가고 싶은 회사 목록에서 제외해야지'라고 결심하게 된다.
곧장 직장 밖 정글 같은 세상에 내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틈틈이 회사 밖에서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준비하고, 조금씩 실행에 옮겨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테스트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회사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조금씩 조금씩 착실히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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