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구벌지연 기능보유자 황의습 40여년 외길 인생

바람 약한 대구에 잘 나는 연 개발

달구벌지연 기능보유자 황의습 씨가 강정고령보 광장에서 공작 창작연을 날리고 있다. 박노익 대기자 noik@msnet.co.kr
달구벌지연 기능보유자 황의습 씨가 강정고령보 광장에서 공작 창작연을 날리고 있다. 박노익 대기자 noik@msnet.co.kr

'동네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 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꼬리를 흔들며 하늘을 날으는 예쁜 꼬마연들이/ 나의 마음속에 조용히 내려앉아 세상 소식 전해준다/ 풀 먹인 연실에 내 마음 띄워 보내 저 멀리 외쳐본다/ 하늘 높이 날아라 내맘마저 날아라 고운 꿈을 싣고 날아라/ 한점이 되어라 한점이 되어라 내 맘속에 한점이 되어라~'

50대 이상 중년들은 어린 시절 연(鳶)에 대한 추억이 많다. 한겨울 마을 동산에 올라 손을 호호 불며 연을 날렸다. 바람이 세차게 불면 연줄이 끊겨 연을 잃어버리기도 했고, 연줄 탱금질(줄을 풀고 감고 하는 것)을 잘못해 감나무에 연이 걸리기도 했다. 바람이 없는 날엔 얼레를 잡고 달리면서 연을 띄웠다. 한지가 귀해 신문 종이로 만든 연은 연 꼬리가 바람에 쉽게 떨어져 빙글빙글 돌다 땅바닥에 꼬라박히곤 했다. 당시 아이들에게 연은 꿈과 희망, 이상이었다. 설과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고 있다. 어린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동산에 올라 연을 날려보면 어떨까. 달구벌지연 기능보유자 황의습(62) 씨는 대구에서 40여 년간 전통연 보존과 계승에 앞장서고 있다. 그의 전통연 사랑에 대한 외길 인생을 살펴봤다.

◆바람불어 좋은 날, 꿈'희망'이상 둥실

낙동강 강정고령보 광장. 북풍이 일정하게 불어 좋은 날이다. 황의습 씨는 자신이 만든 방패연, 가오리연, 줄연 창작연을 갖고 나왔다. 먼저 방패연을 꺼내 날렸다. 바람을 등에 지고 얼레의 연줄을 서서히 풀면서 연을 띄웠다. 그가 탱금질을 몇 차례 하자 연은 금방 하늘로 솟구쳤다. 연줄을 왼쪽으로 당기니 연은 좌측으로 수평 이동했다. 다시 연줄을 오른쪽으로 당기니 연은 우측으로 수평 이동했다. 그는 "우리 전통연인 방패연은 민첩해 싸움연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했다. 그는 이번엔 줄연인 공작 창작연을 띄우기 시작했다. 연줄에 달린 연만 120개이고 줄을 펴면 300m 길이다. 화려한 날개와 기다란 꼬리가 바람을 받았다. 공작은 바람결에 따라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춤을 췄다. 연줄을 풀면 공작은 뒷걸음질하고 연줄을 감으면 공작은 날개를 펼치며 솟구쳤다. 하늘에 꿈, 희망, 이상이 나는 듯했다.

◆방구멍 줄인 대구 방패연 개발

그는 전통연인 방패연을 주로 만든다. 그의 작업실에는 얼레, 대나무 살, 한지, 물감 등 각종 연 재료가 쌓여 있다. 그는 매일 작업실에 나와 전통연을 만든다. 우리나라 최초 연은 조선시대 충무공 이순신 비연이다. 군사용 통신신호로 활용했다. 황 씨는 문헌상에 나오는 이순신 비연 30가지를 확대해 33가지로 복원했다. 특히 그는 대구의 기후 조건에 맞는 달구벌지연 방패연을 개발했다. 그는 "분지지역인 대구는 연을 띄우기에는 바람이 약하다. 달구벌지연 방패연은 연의 방구멍을 작게 해 약한 바람에도 잘 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만드는 방패연은 갖은 문양이 들어간다. 호랑나비태극, 액막이, 매화, 오색 방패연 등 종류만 수백 가지다. 방패연 제작의 핵심은 살과 목줄이다. 머릿살은 둥글게 붙이고 중살, 장살은 아래쪽으로 가늘게 깎아 붙여야 한다. 목줄은 방패연의 중심을 잡아매야 한다.

◆전시회, 시연회…전통연 보급 열정

"1981년 일본의 한 철학자가 말했어요. 21세기 글로벌 시대가 오면 그 나라의 전통문화를 중요시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했어요." 그는 철학자의 가르침에 따라 전통연인 방패연과 인연을 맺었다. 전통연 제작은 물론 보급에도 열정적이다. 대구교도소 내 화원갤러리에서 3년째 전통연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순신 비연 등 자신이 제작한 60여 가지 방패연을 선보이고 있다. 교육청 지원으로 각급 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전통연 연수회를 갖기도 했다. 초등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연 만들기, 연 날리기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동구청 해맞이 행사, 북구청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 달성군 토마토축제 등에도 참여해 연 날리기 시연과 연 만들기 체험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그는 전통연 보존과 계승을 위한 전수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그에게 연 제작을 배운 전수자만 50명이 넘는다.

◆연은 자연에 순응하는 존재

"연을 잘 만들고 못 만들고는 자연에게 물어보면 알아요. 연을 잘 만들면 잘 날 것이고 잘 못 만들면 잘 날지 못할 것입니다."

연은 자연에 순응하는 존재다. 연은 연줄에 매어 하늘에 띄워봐야 그 존재 가치를 알 수 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인간 삶과도 닮았다. 연을 잘 날리려면 연'실'자세의 삼위일체가 중요하다. 자세(얼레)는 연줄에 전달되고 그 신호를 받은 연줄은 연을 움직인다. 비행 중인 연은 상황에 따라 연줄을 풀고 감고 하는 탱금질을 잘해야 한다. 옛날에는 연을 날릴 때 자연의 순수함이 느껴졌다. 바람결 및 방향이 일정해 연을 날리기 쉬웠다. 요즘은 이상 기류로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불고 바람 방향도 시시각각 바뀌어 연을 날리기가 힘들다. 그러나 그의 꿈은 계속 날고 있다. 낙동강이 흐르는 현풍지역에 달구벌지연 연구원을 짓고 있다. 부지 4천950㎡에 전시실, 제작실과 연 시연장을 갖추며 올 상반기 완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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