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잠겨 있어야 할 질소가스 밸브 2곳 열려 있어"…경찰 포철 질소 누출 경로 파악

냉각탑에 다량 유입 가능성…운전실서 수·자동으로 작동, 당일 서버 수리했던 점 주목

근로자 4명이 숨진 포항제철소 산소공장 질소 누출 사건(본지 27일 자 1'6면, 29일 자 1'10면 보도)과 관련, 사고 당시 현장에 질소가스 밸브가 열려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남부경찰서는 29일 "질소가스가 누출된 배관을 찾아냈고, 배관을 잠그는 밸브 2곳이 열려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정상적이라면 잠겨 있어야 할 배관이 열려 질소가 다량 냉각탑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산소공장 내부 현장을 찾은 경찰은 냉각탑과 연결된 질소가스 주 밸브가 완전히 잠겨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이후 질소가스가 유입될 만한 다른 밸브를 조사하던 중 냉각탑에서 생산된 질소가 포스코에너지 공장 쪽으로 이동하는 배관 밸브 2곳이 열려 있는 것을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이 배관은 다른 산소공장에서 생성된 질소 등을 포스코에너지로 보내는 배관으로, 사고 당시 가동됐던 7개 산소공장의 배관과 연결돼 있다"고 했다.

해당 배관은 냉각탑 옆에 위치한 방산탑 아랫부분과 연결돼 있는데, 만약 근로자들이 주변에서 작업하고 있다면 배관을 잠그는 상단과 하단 밸브 2곳이 잠겨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밸브 2곳이 열려 있었다는 점은 다른 산소공장에서 만들어진 질소가 배관을 타고 냉각탑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즉 천장이 뚫린 방산탑 위로 분출됐던 질소가스 일부가 냉각탑으로 유입돼 근로자를 덮쳤다는 의미다. 실제 방산탑과 냉각탑 중간에는 질소가스가 샐 만한 공간은 없다는 점에서 이번 경찰의 사고원인 규명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밸브도 운전실을 통해 수'자동으로 작동할 수 있어, 어떤 이유로 밸브가 열렸는지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면서 "또 사고 당일 운전실 서버 수리가 진행됐다는 점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도 29일 사고원인에 대해 "밖으로 나가야 하는 질소가 냉각탑 안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라면서 "어떤 경위로 냉각탑으로 유입됐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공장 전체에 대한 시스템과 안전점검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29일 숨진 근로자 4명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덕업관과 포스코 본사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원'하청사업주 처벌"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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