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당신의 취미는 뭔가요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여러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 젊은 남녀가 모이는 파티, 의료정책가들의 모임, 와인동호회 등 분야도 다양했다. 이렇게 새로운 모임에 참여할 때,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항상 취미를 묻는 칸에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나에게 어떤 취미가 있는지, 그 취미는 왜 생겼는지 그리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는 나의 취미가 왜 궁금한지.

초등학생 시절 학년이 바뀔 때마다 담임선생님은 우리들의 취미 등을 조사해 교실 뒤 게시판에 붙여뒀던 기억이 난다. 나는 만화책, 컴퓨터 게임 등 좋아하는 것이 많았으나 주로 '책 읽기'라고 적어내곤 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야구를 꽤 열정적으로 했지만, 지나친 승부욕을 발휘하다가 어깨관절 오목테두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그 이후로는 야구뿐 아니라 승부를 가리는 취미는 멀리하게 됐다. 한동안은 미술작품 감상에 빠져 주말마다 전시관을 찾아다녔다. 특히 네덜란드 화가 얀 반 하위쉼(Jan van Huysum)의 작품에 심취해, 런던과 로스앤젤레스의 미술관까지 그의 작품을 찾아다니고 관련 책자를 탐독하는 열정을 뿜었지만 지금은 조금 시들해졌다.

이러한 단기적 관심사가 취미로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는 것을 보니, 단순히 흥미만으로는 취미가 되지 않는가보다. 취미를 뜻하는 영어단어 'Hobby'의 어원을 보면, 아이들이 말을 타는 흉내를 내며 놀기 위해 만들어진 양철이나 나무 모양의 말을 'Hobby horse'라고 지칭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사전적 의미로 취미는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니 취미를 '놀이처럼 할 수 있고 즐거워야 하는 것' 정도로 정의해도 되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즐거움' 또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뇌과학적으로 인간이 어떤 일에 재미를 느껴 그 행위를 반복하려면, 아주 작은 변화라도 성장이 느껴질 때라고 한다. 반복적인 단순작업이라도 그 안에서 성장이 있을 때, 희열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모아서 그것이 차곡차곡 쌓일 때, 한 장 한 장 넘기다 어느새 한 권 두 권 쌓일 때, 매일 연습을 해서 점점 기록이 좋아질 때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그것이 결국 취미로 고착된다는 것이다.

취미는 그 사람이 어떤 일에 즐거움을 느끼는지 알게 해 주는 또 다른 정체성이기 때문에 자기소개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인 것이다. 최근에 나의 취미를 묻는 공란에 '글쓰기'라고 채웠다. 기록하는 것이 좋아 써 두었던 소소한 글들이 한 편 두 편 쌓이는 것을 보면서 재미를 느꼈나 보다. 글쓰기를 취미라고 공표해 버린 것은 누군가에게 말하고 기록으로 명시해두어 더욱 강렬한 내적 욕구가 작용하길 바라서일까. 간신히 찾은 새로운 취미가 계속 진행형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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