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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컬링 신화' 이끈 지도자를 징계하겠다는 발상, 어처구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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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난신고 끝에 전쟁에서 기적 같은 승리를 일구고 돌아온 장수 앞에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황당한 일이 대한민국 컬링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신화'의 숨은 주역인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김민정 여자 컬링 대표팀 감독에 대한 징계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고 어이도 없다.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컬링 대표팀이 사상 최초로 은메달을 딴 것은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진 성과가 아니다. 김 전 부회장은 우리나라 컬링의 정신적 지주와 같고, 그의 딸 김 감독은 여자 컬링 대표팀(팀 킴)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한 명장이다. 두 사람의 든든한 지원과 지휘 속에 팀 킴은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세계 강호들을 연파했다. 국민들은 열광했고 김 전 부회장 등의 헌신적인 노력과 사연은 감동을 더했다.

그런데 두 사람에 대한 징계 사유가 애매하다. 김 전 부회장의 징계 사유는 컬링연맹 회장직무대행 당시 공석인 회장 선거를 60일 이내에 치르라는 대한체육회 지시를 어겼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했다는 게 이유다. 특히, 김 전 부회장의 경우 회장 선거 과정이 복잡하니 우선 올림픽에 주력하자는 판단에 따라 선거를 미뤘건만 이것이 징계의 빌미가 됐다는 것은 누가 봐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안 그래도 김 전 부회장과 김 감독은 우리나라 컬링계에서 부당한 질시를 받아왔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컬링을 육성하기 위해 험난한 길을 자처해 걸어왔는데 몇 년 전부터 컬링 인지도가 어느 정도 높아지자 "혼자 다 해먹는다"는 말들이 나왔다고 한다. 두 사람에 대한 징계 논의가 표면상으로는 규정 위반을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나라 체육계의 고질적 병폐인 파벌 다툼과 갑질 문화가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만약 두 사람에게 징계가 내려진다면 국민 실망과 분노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법에도 온정이 있다는데 두 사람에 대한 징계 논의는 철회돼야 마땅하다. 대한체육회와 컬링연맹은 징계를 철회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 면책 절차를 밟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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