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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지는 북핵 해법] 청와대 "리비아식 해법은 北에 적용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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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돌발 발언에 난감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합의를 북핵 협상 타결 이후로 미룰 수 있음을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9일(현지시간) 발언의 숨겨진 뜻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군사동맹의 당사국으로 우리나라의 대북 정책에 대해 '분명한 발언권'이 있는 미국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가장 민감한 시기에 내놓은 발언이기에 우리 정부의 신경이 곤두서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무슨 뜻을 담았나?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한미FTA와 북미대화의 '연계'를 시사했다. 양국이 이미 사실상 타결했다고 발표한 한미FTA를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고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주 대중연설에서 한미FTA 개정 협상 결과에 대해 평가하던 중 이런 발언을 내놨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에 방점을 두고 한미FTA를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북 압박 전선에서 자칫 생길 수 있는 한미 간 이견 표출을 막기 위해 한미FTA를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 한미FTA를 지렛대로 삼겠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WSJ은 한미 사이에 환율조작 등을 포함한 문제가 남아 있고 완전히 타결되지 않았다는 점, 남북'북미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한미가 협력해왔으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점을 함께 소개했다.

미국 내 대북강경론자들은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리비아식'이 북핵 해법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이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북한으로부터 핵 양보를 견인하기 위해 한미 간 단일한 입장 유지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일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합의 도달에 치우친 나머지 '취약한 합의'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 대응방안은?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난감한 모습이다. 한반도의 주요 안보 현안이 생길 때마다 한미 정상 간 통화를 통해 미국에 우리 측의 의사를 충분히 설명해왔으나 이날 의도를 알기 어려운 돌발 발언이 나오자 당황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오전 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한 보고가 있었다"며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백악관의 추가 설명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말만 했다.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삼간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외교'안보의 문제라면 한미 간 신뢰에 흔들림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통상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비핵화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 북한 측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 의제로 비핵화를 강력하게 요구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일각 우려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강하게 부인했다.

청와대는 30일 '남북 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에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와 관련한 내용이 빠진 데 대해 "우리가 제시한 3가지 비핵화 의제에 대해 북측이 이의를 달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미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관계의 담대한 진전 등 3가지 의제를 말했는데 어제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이 전혀 이의를 달지 않았다"며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의제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북쪽의 정치적 문화 때문이었다"며 "의제는 지도자가 결정할 문제이지, 실무 차원에서 논의할 성격이 아니라고 해서 합의하지 못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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