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경주시 현곡면 상구리 경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이하 경주노인요양병원) 일대. 남서향의 나지막한 산세와 맑은 공기, 경주 건천~포항 구간 국도변에 자리한 이 지역은 경주 지역 대표적인 노인병원 단지였다. 10여 년 전만 해도 경주시립노인전문병원을 비롯해 경주시립간호센터가 있었으며, 1동의 노인요양병원과 장례식장 등이 들어선다는 계획이 있던 곳이어서 경주의 대표적인 노인요양시설지구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런 경관과 계획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주노인요양병원 바로 위에 인접한 간호센터는 문을 닫은 채 방치됐다. 인적이 끊긴 지 오래된 듯 스산한 모습이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경주시보건소 측은 "하루 한 번씩 관리인이 드나든다"고 했지만 관리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겨울에는 수도배관이 터져 이 지역이 온통 빙판이 됐지만, 수일째 그대로 방치됐다.
경주시의회의 경주시보건소에 대한 시정질문에서 B시의원이 보건소 한 간부 직원에게 빙판 여부 등 이 시설에 대한 관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동파된 적이 없고 잘 관리되고 있다. 주변 일대가 빙판이 된 적도 없다"고 발뺌하기도 했다.
바로 옆에 있는 짓다가 만 폐건물은 더욱 심각하다. 10여 년 전 노인요양병원으로 건축했으나 건축주의 부도로 말미암아 폐건물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뼈대만 남은 폐건물 주변은 온통 잡초와 잡목으로 뒤덮여 있다. 건물은 오래 방치된 탓에 일부 기초는 흙이 쓸려 내려 건물 한쪽 면이 허공에 떠있는 모습이다.
폐건물은 이뿐만 아니다. 폐건물과 위쪽 간호센터 사이에 장례식장용으로 건립되던 건물도 짓다가 만 그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
멀쩡한 건물은 경주노인요양병원이 유일하지만, 나머지 건물의 흉한 몰골 탓에 위화감이 조성돼 병원의 노인 환자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누적 적자로 폐쇄한 경주시립간호센터
경주시가 2006년 설립한 경주시립간호센터(경주시 현곡면 상구리 7-3일대)는 10년 가까이 운영되다 지난 2015년 폐업했다. 간호센터는 경주시가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는 저소득 가정의 노인 치료와 재활을 위해 63병상 규모의 입소 간호 및 재활시설을 갖췄다.
'2004년 보건복지부 홈너싱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설립비용 25억원 가운데 국비 12억5천만원, 도비 6억2천500만원을 지원받았고 경주시도 25%의 예산을 투입해 건립했다. 한때 정부로부터 최우수 기관으로 인정받기도 했지만 2015년 12월 1일 자로 문을 닫았다.
간호센터가 직장 폐쇄로 이어진 것에 대해 요양보호사의 입소 노인 구타 등 학대 사건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사실상 매년 70억원이란 누적 적자가 폐쇄의 주된 원인이었다. 당시 요양보호사들은 공공 부문 노동조합에 소속돼 활동 중이었고 이후 청와대 앞 1인 릴레이 시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개원을 요구했다. 경주시는 체불임금 요구 소송에서 져 이를 뒤늦게 지급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정을 펼쳤다.
◆폐건물이 된 노인요양병원
간호센터 바로 옆 폐건물은 10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노인요양병원 용도로 착공→건축주 부도→공사업체 변경→공사대금 미지급→건축주 투자자금 사기→건축주 구속 등의 일이 벌어졌으며, 이후 수년 동안 여러 차례 건물 법원 경매 끝에 결국 공사업체인 S사가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경주시는 저가에 사들일 기회를 놓쳐버렸다. 현재 이 건물은 경주 건천~포항산업국도변에 흉물로 방치돼 있다.
이 건물에 대해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쳐도 경주시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개인 소유여서 방안을 찾기 어렵다. 건물주가 나서야 할 것 "이라는 말만 10년째 되풀이하는 중이다.
이 건물은 당장 재건축에 들어간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콘크리트 타설이 된 상태로 10여 년을 방치해 곳곳이 부식되고 일부 벽체는 뜯겨나가 건물의 안전진단을 반드시 거쳐야 할 정도이다. 경주시보건소의 방만한 행정을 질타해 온 경주시의회 B시의원은 "이 건물을 비롯한 이 일대는 경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시민을 위한 종합 복지시설과 같은 공공서비스 기관을 설치하고 시립요양병원, 시립간호센터와 함께 의료복지서비스 복합단지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책 없는 경주시
경주시보건소는 그동안 방치했던 문제의 간호센터를 성건동에 건립 중인 치매안심센터의 사무실 용도로 임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후에는 인근 경주노인요양병원이 함께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관련 정부 예산이 내려왔지만, 기초설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수도배관 동파처럼 소방설비와 냉난방설비, 각종 기자재, 시설물의 노화로 조속한 개축 없이는 안전사고 위험도 안고 있다.
경주소방서 관계자는 "재사용 전 건물 구조점검, 안전진단이 필수이며, 특히 소방소화시설, 재난대피시설은 반드시 확인하고 보강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바로 옆 폐건물은 사태가 심각하다. 부도가 난 이후 경주시는 저가에 이 건물을 매입, 부족한 노인복지시설 요양병원으로 이용할 기회가 있었지만, 노인복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 건물의 매입 노력은 물론, 이 건물의 이용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 경주시가 '흉물화'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건축 전문가들은 "이 건물은 당장 매입해도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부도 당시에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망실자산'에 대한 매입 등의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폐건물들 근처에 민간 위탁을 한 경주노인요양병원이 경주지역 노인요양전문기관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경주시보건소가 직접 관리한 경주간호센터는 방만한 경영으로 매년 70억원이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일자리를 잃은 요양보호사들과 경주지역 노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북도 내 11개 시·군립노인요양병원 중 경주노인요양병원만 유일하게 스프링클러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는 등 경주시보건소의 늑장 보건행정으로 입원 환자들의 불안을 초래했다.
건축가와 보건행정 종사자 등 복수의 관계자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치매안심센터 임시 사무실 등 단순한 용도가 아니라 지역 노인복지를 위해 저소득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의 조기 건립 노력과 인근 폐건물을 망실자산으로 매입하거나 재건축 조성 등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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