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넬리우스 밴더빌트(1794~1877)는 록펠러, 카네기와 더불어 미국 역대 3대 부호로 꼽힌다. 그의 재산을 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1천850억달러(200조원)나 된다. 현재 세계 최고 부자인 제프 베조스(아마존닷컴 CEO)의 재산(1천120억달러)을 가뿐히 넘어서는 수치다.
밴더빌트는 돈을 벌기 위해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과 주식시세 조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그도 사상 최악의 주식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뉴욕의 철도망을 장악하기로 결심한 밴더빌트는 '이리 철도' (Erie Rail)를 적대적 M&A의 표적으로 삼았다. 그는 이리 철도의 주식을 뉴욕 증권시장에서 공개 매수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다. 이리 철도의 2대 주주인 제이 굴드는 대담하게도 가짜 주식을 몰래 찍었다. 어떨 때는 하루 50만 주씩 내다 팔았다. 5천만달러를 쏟아부을 때까지 밴더빌트는 자기가 사들인 주식이 미국 재무부 도장 없는 '유령 주식'임을 까맣게 몰랐다. 이 사실을 안 시점에 이미 굴드 일당은 달아나고 없었다.
증시에서는 이 같은 사기 행각 말고도 실수로 인한 대형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이를 가리키는 용어가 '팻 핑거(fat finger) 오류'다. 자판보다 손가락이 굵어(fat) 버튼을 잘못 누른다는 의미다. 사소한 실수 같지만 때로는 증권사를 문 닫게도 만든다. 한맥투자증권은 2013년 12월 직원의 선물옵션 주문 실수로 462억원 손실을 입고 결국 문을 닫았다.
2005년 일본에서는 미즈호증권의 직원이 제이콤이라는 회사의 주식 매도 주문을 냈다. 61만엔에 주식 1주를 판다는 것이 61만 주를 1엔에 매도하는 실수를 범했다. 당시 제이콤의 주식 총수는 1만4천500주에 불과했다. 있지도 않은 주식 61만 주를 판 후유증을 수습하느라 미즈호증권이 부담한 돈은 300억엔(4천억원)이나 됐다.
이리 철도 유령 주식 사건과 미즈호증권 팻 핑거 오류를 방불케 하는 초대형 금융사고가 최근 우리 증시에서 벌어졌다. 유령 주식이 28억 주 발행되고 이 중 500만여 주가 거래됐다. 삼성증권 직원이 '주당 1천원 배당'을 '주당 1천 주 배당'으로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벌어진 황당 사고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는데 안전장치는 가동하지 않았다. 금융시장은 시장 참여자의 신뢰 위에 존재하는데 그 기반마저 흔들어놨다. 대한민국 증시의 후진적 민낯이 사뭇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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