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포스코 회장 교체설이 항간에 나돌긴 했지만 최근까지도 물러날 뜻이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던 그였기에 중도 하차 배경을 놓고 말들이 분분하다. 지난 2000년 민영화된 이후에도 포스코에서는 회장들이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는 일이 반복돼 왔는데 문재인 정부 때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표면상으로는 권 회장의 퇴진에 외부 입김이 작용한 물증을 찾기 어렵다. 포스코도 정치권 압력설이나 검찰 내사설에 대해 "전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권 회장 스스로도 "저보다 더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로 누적으로 건강 검진에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을 받았다"며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은 가시지 않는다. 최근까지 "더 애정을 갖고 많이 도와달라"며 흔들림 없이 자리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그였다. 도대체 짧은 기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심경이 180도 바뀌었던 것인가.
정권 교체 후 포스코 회장 자리가 바늘방석이었다는 정황은 여럿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의 외국 방문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권 회장은 단 한 차례도 초대받지 못했다. 포스코의 기업 규모와 해외 영업망을 고려했을 때 의도적 배제로밖에 달리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항간에는 최순실 사건과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이미 수사를 받은 권 회장이 현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이야기마저 있다. 최근에는 그가 추진한 포스코 자원개발사업과 관련해 검찰수사가 시작됐다는 언론 보도 역시 그에게 전방위적 압박이었을 터이다.
포스코 설립 이후 모두 8명의 회장이 역임했지만 권 회장까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중도 하차했다. 정치 세력이 포스코를 정권 획득의 전리품쯤으로 여기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우연처럼 되풀이될 수는 없다. 2000년 정부가 지분을 전량 매각함으로써 '국민기업'으로 탈바꿈한 포스코이지만,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보면 '적폐' 수준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나고 있다. 정치권에 휘둘리는 '포스코 잔혹사'는 이제 종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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