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전한 정부 외압…포스코 독립 구조 전략 무용지물

사외이사 8인·사내이사 5인 구성, 금융·법조계 등 이사 구성됐지만…

권오준 회장의 중도하차는 겉으로는 민영화 기업이지만 여전히 정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포스코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2000년 완전 민영화된 포스코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11.08%)이고 외국인 지분(55.92%)이 절반을 넘는다. 지배구조만 봤을 때는 정부와 전혀 상관없는 회사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포스코 주주총회에서 권 회장 연임에 반대하지 않고 '중립'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정상적이라면 회장 교체 등과 같은 주요 사안 의결이 기업이나 주주들의 자체적인 결정에 의해 이뤄져야 하지만 포스코는 역사상 단 한 번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포스코는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간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다지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 왔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글로벌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한 것이 첫 번째다. 종전에 안건 심의 및 승인만을 수행하던 이사회 기능을 경영전략, 경영 승계 및 육성, 경영진 평가 및 보상 등으로 대폭 강화해 실질적으로 경영을 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 이사회는 사외이사 8인 이내, 사내이사 5인 이내로 구성된다. 사외이사는 특정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경영진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산업계, 금융계, 학계, 법조계, 회계 분야 또는 공공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이사들로 구성되며,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고 있다. 여기에 감사위원회와 평가보상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해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보장하고 있다.

포스코는 2006년부터 CEO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해 사외이사가 주축인 이사회가 CEO의 경영활동 감시 및 견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 투명경영을 추진했다. 주주 권익 보호 및 강화를 위해 집중투표제와 서면투표제도 도입했다. 또 사외이사 활동의 책임감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 윤리강령을 제정했고, 이사회 및 전문위원회 활동에 대한 평가제도 도입했다. 이사회 중심의 CEO 선임 시스템도 손봤다. 2016년부터는 'CEO 후보군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내부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사관리(100여 명)도 병행했다. 포스코는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투명성과 독립성을 인정받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 2011~2017년 지배구조 부문에서 높은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처럼 포스코는 지배구조를 독립적으로 만들었지만 정권 교체 때마다 흔들렸다. 재계 관계자는 "'주인 없는 회사'의 수장이 되기 위해 '연줄'을 찾는 인사가 회장이 되면 결국 '보은'을 위해 지배구조를 무시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도 이를 잘 알기에 필요에 따라 대통령 국내외 행사 배제, 공식 석상에서 망신 주기, 포스코 혹은 본인에 대한 검찰수사 및 세무조사 등의 압박카드로 그간 회장을 교체했던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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